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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원죄 vs 야당의 책임…누구 발이 덜 무거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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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장관 던지고 출마 박영선

장관 던지고 출마 박영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내려놓았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박영선 대 우상호’ 양자 대결로 굳어졌다.

장관 던지고 출마 박영선 #2018년 경선서 우상호와 대결 #인지도 높지만 당내 기반 약해 #스타트 먼저 끊은 우상호 #정책 발표회만 벌써 5차례 #조직력 있지만 인지도 열세 #양보의 쓴 기억 안철수 #“제1야당이 나와 싸우나” 불만 #국민의힘 입당 요구엔 선 그어 #사계절론 들고 나온 오세훈 #“서울시정 알 만하면 1년 지나 #인턴시장의 시행착오 안 돼” #짜장면론 내세운 나경원 #“좌파 짬뽕과 섞는 짬짜면 안 돼” #전통적인 보수표심 공략 나서

한때 출마설이 돌았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 이어 박주민 의원도 이날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우상호 의원이 출마를 선언(지난해 12월 13일)한 지 39일 만에 민주당 대진표는 2파전으로 완성됐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한 뒤 오후 대전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 주재를 끝으로 장관 일정을 마쳤다. 회의 직후 청와대는 박 장관 사의 표명을 재가했다.

별도의 이임식은 없었다. 박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중기부 직원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다”는 소회를 밝혔다. 향후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이번 주 안으로 공식 출마 선언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박 장관과 우 의원은 2018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도 참여했다. 당시 승자는 시장 3선에 도전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박 장관 개인으로선 2011년 서울시장 경선 출마까지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스타트 먼저 끊은 우상호

스타트 먼저 끊은 우상호

지난해 말 일찌감치 서울시장 재도전을 시작한 우 의원은 이미 5차례의 정책 발표회를 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새해 벽두에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제기되자 당내에서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냈다. 주식 공매도 금지 재연장도 연일 촉구하고 있다. 86세대인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당내엔 꽤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뒤늦게 스타트를 끊는 박 장관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선 우 의원을 앞서고 있다. 반면 높은 대중 인지도에 비해 당내 조직력에선 열세라는 관측이다. 박 장관이 출마를 앞두고 서울 지역구 의원들과 릴레이 식사를 이어온 것도 이런 평가를 의식한 행보일 수 있다. 최근 박 장관과 식사를 한 서울 지역구 의원은 “그동안 박 장관은 ‘센 언니’ 이미지였는데, 이번에 보니 의원들에게 음식을 덜어주는 등 아주 부드럽더라”고 전했다.

양보의 쓴 기억 안철수

양보의 쓴 기억 안철수

국민의힘에서만 11명이 뛰어들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이슈로 달아오른 야권과 비교할 때 민주당 경선 분위기는 아직 잠잠하다. 이런 탓에 민주당은 이달 내로 후보자 신청(27~29일)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2일 ‘국민 면접’을 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 면접’은 사전에 당원 등의 질문을 받고 유튜브 채널에서 후보자가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지율 반등을 위한 모멘텀이 많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 단일화만큼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이벤트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양자 대결인 만큼 결선투표를 할 수 없는 것도 흥행 저해 요소다. 앞서 민주당은 서울·부산 두 광역지자체에 한해 1위 후보자가 과반수의 득표를 하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후보가 2명뿐인 서울에선 무용지물이다.

정태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우리 당 두 후보 모두 4선에 원내대표까지 역임했다. 치열한 정책 대결로 흥미진진한 경선을 보여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후보가 많을 뿐이지, 본선 대결에서 일대일 맞붙을 땐 우리 당 후보 경쟁력이 훨씬 셀 것”이라고 했다. 당 공천관리위원장인 김진표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박영선·우상호 두 후보는 대표적인 스타 정치인이다. 축구로 치면 ‘메시 대 호날두’의 격돌”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사계절론 들고 나온 오세훈

사계절론 들고 나온 오세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단일 후보가 되기 위한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13일 출마 선언한 나 전 의원은 자신을 ‘보수의 적자’로 내세우며 노선 투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른바 ‘짜장면론’이다.

나 전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좌파를 짬뽕, 우파를 짜장면에 비유하며 “(짬짜면을) 둘 다 먹고 싶다고 해서 큰 그릇에 짬뽕과 짜장을 부어서 섞어주지는 않는다. 둘을 섞어버리면 이도 저도 아니다”고 했다. 1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선 “짜장면을 잘 만들면 중도층, 진보층도 ‘이야, 지금은 짜장면이 당길 때다’며 짜장면을 드실 것”이라고 했다. 짬뽕과 짜장면을 섞어 정체불명의 음식을 만드느니 짜장면을 제대로 만드는 게 낫다는 뜻이다.

짜장면론 내세운 나경원

짜장면론 내세운 나경원

앞서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여 투쟁 방식에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야당은 싸워야 한다”며 “여당이 180석으로 헌법도 없이 그냥 밀어붙이는데 눈 뜨고 쳐다보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수 색채를 강조하는 나 전 의원의 ‘짜장면론’이 당내 경선에선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도를 표방하는 안 대표와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오 전 시장보다 나 전 의원의 선명성이 전통적 지지층에 어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야권 단일 후보가 돼 본선에서 중도층을 공략해야 할 땐 지금의 전략이 오히려 부담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보다 나흘 늦은 지난 17일 출마 선언한 오세훈 전 시장은 ‘사계절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1년 사계절이 한 번은 지나야 ‘서울시정이 이렇게 돌아가는 거구나’란 걸 알 수 있다”는 게 오 전 시장의 말이다. 오는 4월 보선에서 당선될 경우 시장 임기가 1년여에 불과하기 때문에 서울시장 경험이 있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행정 경험이 없는 나 전 의원과 안 대표를 견제하는 발언이다.

발언도 직설적이다. 오 전 시장은 출마 선언식에서 “빈사 상태의 서울은 아마추어 초보시장, 1년짜리 인턴시장, 연습시장의 시행착오와 정책 실험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오세훈에겐 다른 후보가 갖지 못한 재선 시장으로 5년 동안 쌓은 ‘시정 경험’이란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계절론’이 역공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선 서울시장이던 그는 2011년 서울시의회의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투표율이 개표 요건(33.3%)에 못 미치는 25.7%를 기록하자 사퇴했다. 이에 경쟁 후보들은 “사계절이든, 팔(8)계절이든 계속하지 왜 그만뒀느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안철수 “왜 자꾸 무리한 요구 하나”=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용산구 이태원 상인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제1야당은 안철수와 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국민의힘에 경선을 개방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서는 “국민의당은 원내정당이고 많은 당원이 있다. 나는 공당의 대표”라며 “왜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뭐 때문에 안철수랑 싸우나”라면서 “각 당의 입장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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