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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7 09:31:20

"오마이갓, 교수님이 왜 백악관에?"…정체 숨겼던 '닥터 B'

중앙일보

입력 2021.01.20 16:18

업데이트 2021.01.20 17:48

지난해 10월 남편을 위한 유세 중인 질 바이든 여사.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남편을 위한 유세 중인 질 바이든 여사. AP=연합뉴스

“어? 우리 교수님이 왜 텔레비전에 나오지? 게다가 (미셸) 오바마 옆에 앉아 있네?”

스웨덴에서 미국 노던 버지니아 컬리지(NOVA)로 유학 온 미카엘라 스택은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생방송을 보다 이렇게 중얼거렸다. 스택의 교수님은 질 바이든 당시 부통령 부인이었지만 학교에선 전혀 티를 내지 않았기에 몰랐다고 한다. 스택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질 바이든 여사에 대해 “키가 그리 크지는 않은 금발의 숙녀이고 옷을 굉장히 잘 입는 교수님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스택은 바로 자신의 ‘영어 작문법’ 강의 계획서를 뒤져보곤 이렇게 외쳤다. “오마이갓, 내 교수님이 미국의 세컨드 레이디라니.”

스택이 미국 정치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바이든 여사가 그만큼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바이든 여사는 세컨드 레이디에서 20일(현지시간) 퍼스트레이디가 되는데, 교수직 역시 그만두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사상 최초의 ‘투잡’ 퍼스트레이디로 기록된다.

바이든 여사는 세컨드 레이디 시절에도 교편을 놓지 않으며 당시 학생 상대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저는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왔고, 그 경력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워싱턴DC로 이주해 (남편) 조의 인생만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었어요.”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을 솔선수범 중인 바이든 당선인의 손을 꼭 잡아주는 질 바이든 여사. AF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을 솔선수범 중인 바이든 당선인의 손을 꼭 잡아주는 질 바이든 여사. AFP=연합뉴스

대신 바이든은 자신을 문서에는 ‘닥터 B’라고만 적어 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했고, 심지어 강의 계획서엔 ‘학교 교수진이 진행 예정’이라고만 적는 등의 조처를 했다. 자신의 강의에만 학생들이 몰리거나, 강의 내용 외의 이유로 관심을 끄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학생에겐 귀감이 되는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현재 델라웨어주 윌밍턴 시의원인 욜란다 맥코이는 “1988년 처음 바이든을 선생님으로 만났을 땐 영어라는 과목이 싫었다”며 “하지만 바이든은 꾸준히 나를 가르쳐줬고 결국 나는 바이든의 팬이 됐다”고 WP에 말했다. WP는 “바이든 여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 이상을 항상 해냈고 학생들의 편에 서는 교육자로 기억된다”고 평했다.

자신의 직업을 살려 교육 현장을 자주 방문해온 질 바이든 여사. 사진은 지난해 9월 윌밍턴의 한 학교를 방문한 당시 사진이다. 칠판에 "환영합니다 바이든 박사님"이라고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신의 직업을 살려 교육 현장을 자주 방문해온 질 바이든 여사. 사진은 지난해 9월 윌밍턴의 한 학교를 방문한 당시 사진이다. 칠판에 "환영합니다 바이든 박사님"이라고 적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 취임선서를 할 남편 조 바이든 당선인에게 질 바이든은 든든한 반려자다. 조 바이든은 때때로 자신을 “질 바이든의 남편”이라고 소개한다. 자신보다 부인이 더 훌륭하다고 덧붙이면서다.

조 바이든은 첫 부인인 닐리아를 1972년 차 사고로 잃었다. 역시 교육자였던 닐리아는 당시 서른의 젊은 나이였다. 갓난아기였던 딸 나오미도 즉사했다. 동승했던 아들 둘 보와 헌터는 살아남았지만 보는 2015년 뇌종양으로 투병하다 사망했다. 이렇듯 굴곡진 가족사를 보듬어 준 게 질 바이든이었다. 둘은 1977년 결혼했다. 질 바이든 역시 재혼이다. AP는 “질 바이든의 유머 감각이 조 바이든에게 큰 힘이 됐다는 게 대통령 당선인 부부와 가까운 이들의 전언”이라고 보도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후 열린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바이든 부부. AP=연합뉴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후 열린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바이든 부부. AP=연합뉴스

지난해 8월 질 바이든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남편을 위해 연단에 올라 “미국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갈 최적의 인물”이라고 힘찬 연설을 해 주목받았다. 그는 당시 교육자인 자신의 경력을 살려 “남편이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의 교실은 다시 웃음으로 가득 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질 바이든에 대해 뉴욕타임스(NYT)와 WP 등 친 민주당 성향 매체들은 유독 ‘바이든 박사(Dr. Biden)’이라는 호칭을 쓴다. 이는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의사도 아니면서 ‘박사’라는 호칭을 쓰는 건 맞지 않다”는 요지의 외부 기고문을 실은 데 대한 반발이다. 해당 기고문은 민주당뿐 아니라 여성계에서도 “바이든 여사가 박사학위가 있는데도 이런 글이 나온 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을 불렀다. 바이든 여사는 델라웨어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WP는 20일 “사람들은 항상 고학력 여성에 대해 비뚤어진 시각을 갖게 마련이지만, 그래서 더욱 바이든 여사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자신의 직업을 별도로 가진 퍼스트레이디로서 질 바이든의 역할은 주목된다. WP는 “지난 퍼스트레이디들은 ‘엄마와 아내’라는 역할을 강조했지만, 바이든 여사는 퍼스트레이디의 새 역사를 쓸 것”이라 전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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