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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입양아 바꾸기’에 들끓은 여론…靑 “사전위탁제 말한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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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에 대해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 이슈 및 올해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8./청와대사진기자단/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 이슈 및 올해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18./청와대사진기자단/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발단은 양부모의 학대로 입양아가 사망한 ‘정인이 사건’에 대한 질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을 설명하던 중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라고 말했다. 해결책의 하나로 ‘파양(破養)’을 제시한 것처럼 비춰진 셈이다.

해당 발언이 나오자 마자 온라인에서 “입양이 아이 쇼핑이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님께 사과하셔야 합니다”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입양이란 것은 아이를 골라 쇼핑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사고 맘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고 환불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은 “(대통령 발언으로) 아이들이 입양과정에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인형 같은 존재가 됐고, 입양부모는 마음만 먹으면 자기 새끼를 교환할 수 있는 인스턴트 부모가 됐다”며 “입양가족의 인권을 이렇게 함부로 말하는 분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매우 분노한다”고 말했다.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입양 발언'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과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캡처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입양 발언'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과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캡처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도 맹폭을 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교환이라니,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인가. 입양이 무슨 홈쇼핑인가”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아이들한테 그런 짓 하면 안 된다. 반려동물에게조차 그렇게 하면 천벌 받는다”라며 “파양이나 교체는 입양 부모의 부정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게 뻔하다. 그 자체로 아이에 대한 정서적 방치이자 학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도 “입양아동에게 가장 큰 상처와 시련은 바로 입양부모조차 자신을 떠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오늘 대단히 심각한 실언을 했다. 당장 즉각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참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정인이 사건은 아동학대 문제다. 사건의 본질과 심각성을 직시해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는 법인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양아동이 시장에서 파는 인형도 아니고, 개나 고양이도 아니다”라며 “민법과 입양특례법이나 읽어보고, 입양 실무 매뉴얼이라도 확인해보고, 가정법원 판사들께 알아나 보고 말씀하시지. 이런 분이 인권변호사였다니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지난 2011년부터 딸을 직접 입양해 키우고 있는 입양부모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대통령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모독했다. 입양아이가 무슨 쇼핑하듯이 반품, 교환, 환불을 마음대로 하는 물건이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인권변호사였다는 대통령 말씀 그 어디에도 공감과 인권, 인간의 존엄은 없었다. 듣는 우리가 부끄러웠다”고 꼬집었다. “아동학대 사건의 해결책을 입양 문제에서 찾는 건 해괴하다”(원희룡 제주지사)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을 통해 “대통령 말씀 취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라는 해명 메시지를 냈다. 강 대변인은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전위탁보호’ 제도를 보완하자는 취지다. 프랑스·영국·스웨덴에서는 법으로 사전위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아이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전위탁보호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발언 과정에서 의미가 와전됐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전위탁보호제도에 대해 “입양을 바로 허가하는 게 아니라 입양 전 5~6개월 간 사전 위탁을 통해 아이와 예비 부모 간 친밀감을 형성하고, 양육과 새로운 가족 관계 형성 준비를 수시로 지원하고 점검하는 것”이라며 “아이의 입장에서 새 가족을 모니터링 하는 것으로, 아이를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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