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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집유→파기환송→2년6월…준법위, 이재용 못 구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5일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1078일 만에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앞서 수감된 1년을 제외하더라도 구치소에서 1년 6개월가량을 더 복역해야 한다.

법원, 3년 만에 다시 법정구속 판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씨에게 86억 8000여만원의 삼성전자 회사 자금을 횡령해 뇌물로 전달한 혐의를 인정해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과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역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번 파기환송심 선고는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뇌물액수를 36억원만 인정한 2심을 파기한지 1년 5개월 만이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란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7년 2월 기소한 것부터는 약 4년 만이다.

이 부회장의 운명을 가른 건 재판부가 당초 양형의 주요 근거로 삼겠다던 삼성 준법감시위 활동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 활동이 실효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준법감시위 활동이 양형에 반영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준법위 양형 반영하겠다" → "미래 위험 못막는다"

이재용 부회장 뇌물액수 법원판단 어떻게 변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재용 부회장 뇌물액수 법원판단 어떻게 변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 근거로 준법위가 미래에 벌어질 불법ㆍ잍탈 행위까지 막기엔 역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법행위 유형에 맞춘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 하는 데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 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고 ▶준법감시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한 7개사 이외의 회사들에서 발생할 위법행위에 대한 감시체계가 성립되지 못했으며 ▶과거 정치권력에 뇌물 제공을 위해 사용한 허위 용역계약 방식을 독립된 법적 위험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할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 논의결과, 피고인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준법감시제도와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상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4번 재판’ 5년→집행유예→파기환송→2년 6월

이재용 재판 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재용 재판 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등에게 건넨 뇌물액 86억 원도 대법원 판단 그대로 인정했다. 앞서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2심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를 다시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뇌물액은 89억 원(1심)→36억 원(2심)→86억 원(대법원)으로 바뀌었다. 파기환송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대법원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

다만 재판부는 법정구속은 했어도 양형을 어느 정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뇌물을 회삿돈으로 건네 뇌물액이 곧 횡령액수가 된다.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게 돼 있지만 재판부 재량으로 형량을 2년 6개월로 산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은 초범이고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했으며, 재판 도중 이미 업무상 횡령 피해액 전부를 회복했다"며 양형 참작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당초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형량을 징역 3년 이내로 깎아주고, 이를 근거로 집행유예 선고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재판부가 구속까지 면해주기는 어렵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의왕 서울구치소에 재수감

지난 2018년 2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353일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8년 2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353일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던 모습. [연합뉴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판결 여부를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이 상고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대법원 재상고심을 거쳐야 판결이 확정된다. 이 부회장은 판결 이후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로 호송됐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석방됐다. 남은 형기는 1년 6개월가량이다.

 박사라ㆍ박현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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