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덱스와 손 잡은 GM, 전기차 뽐냈다···테슬라 대항마 부상

중앙일보

입력 2021.01.17 08:00

업데이트 2021.01.17 11:27

지난 11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제너럴모터스(GM)는 모빌리티 분야 중 단연 돋보였다. 폴크스바겐·도요타·현대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GM은 기조연설을 통해 신형 전기차 4종을 맘껏 뽐냈다. 쉐보레 볼트 EUV, GMC 허머, 캐딜락 리릭·셀레스틱 등은 모두 테슬라에 대항할만한 품질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신형 전기 트럭과 함께 라스트 마일(최종 목적지까지 배달) 디바이스인 전동 카트(팔레트)를 영상으로 선보이며, 물류·배송으로 모빌리티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GM의 배송 플랫폼 '브라이트드롭'을 이용한 페덱스의 전기 화물 차량. 사진 한국GM

GM의 배송 플랫폼 '브라이트드롭'을 이용한 페덱스의 전기 화물 차량. 사진 한국GM

브라이트드롭(BrightDrop)으로 이름 지은 물류·배송 플랫폼은 폭격기를 적지로 싣고 가 작전을 펼치는 항공모함을 연상시킨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400㎞에 달하는 EV600 전기 트럭은 최대 90㎏을 담는 전동 팔레트 EP1을 목적지 근처에 풀어놓는다. 시속 4.8㎞ 속도로 움직이는 EP1은 최종 목적지까지 물건을 배달하고, 또 화물을 수집해 트럭으로 돌아온다. EV600의 적재용량은 약 17㎥로 20피트 컨테이너의 절반이다.

자율주행 팔레트와 전기트럭이 결합한 GM의 신규 운송 서비스 브라이트드롭. 사진 한국GM

자율주행 팔레트와 전기트럭이 결합한 GM의 신규 운송 서비스 브라이트드롭. 사진 한국GM

GM 물류·배송 플랫폼 브라이트드롭의 EP1 전동 팔레트. 사진 한국GM

GM 물류·배송 플랫폼 브라이트드롭의 EP1 전동 팔레트. 사진 한국GM

앞서 아마존과 손잡은 스타트업 리비안과 포드가 전기 밴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GM은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한 미래 물류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파트너가 글로벌 물류·배송업체 페덱스라는 점도 위협적이다. 리처드 스미스 페덱스 익스프레스 CEO는 “브라이트드롭을 시범 운영한 결과 배송 효율을 25% 높일 수 있었다”며 “EP1은 조작이 쉽고 물리적인 노동력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모함이 되는 EV600엔 모션 센서(동작 인식) 기능을 갖췄다. 또 트럭에서 나온 EP1은 사람이 방향을 조작하지만, 그대로 두면 스스로 운동성을 보인다. 향후 GM의 자율주행 기술이 가미된다면 훨씬 더 똑똑한 장치가 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수산 시장에서 어물을 옮기는 상인,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를 따는 농부를 따라다니는 배송 로봇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물류·배송 모빌리티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얼티움 배터리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GM은 설명했다. 메이 카이 GM 에너지 저장·소재 매니저는 “코발트 의존도를 줄이고 알루미늄을 추가한 얼티움은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 효율이 60% 높다”고 설명했다. GM은 올해 말 페덱스에 전기 트럭 600대와 전동 팔레트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후 GM 주가는 3거래일간 15% 뛰었다.

GM 막차, '모빌리티 5강' 판세  

GM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은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에선 막차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기차·자율주행에서 선두 자리를 확보한 테슬라와 함께 폭스바겐·도요타·현대차는 벌써 이런 청사진을 제시했다.

앞서 도요타는 2018년 자율주행 차 e-팔레트를 선보였다. 지난해 CES에선 미래 모빌리티와 수소 사회를 구현한 스마트시티인 우븐시티 건설을 발표했다. 스즈오카현 후지산 아래 지어질 우븐시티는 다음달 착공에 들어간다.

현대차는 지난해 CES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에도 자율주행·로봇·전기차플랫폼은 물론 수소산업 등에서 글로벌 수위권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폴크스바겐도 지난해 하반기 ID.4 등 신형 전기차로 테슬라에 포문을 열었다.

또 테슬라는 솔라시티(태양광 발전)·스타링크(위성 인터넷)에 투자하며 모빌리티와 연계를 구상 중이다. 반면 르노·닛산·미쓰비시와 FCA·PSA 얼라이언스는 미래 모빌리터 분야에선 아직 뒤처져 있다.

자동차업계와 전문가들은 GM의 합류로 미래 모빌리티에서 ‘글로벌 모빌리티 5강’ 판세가 짜였다는 시각이다. 모빌리티 전문가인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은 “GM이 늦긴 했지만 이번 CES를 통해 완전히 전동화로 돌아섰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선두 업체 간 미래 모빌리티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우명호 한양대 에이스랩(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 교수는 “60년 이상 자동차 분야에서 1등을 한 GM이 페덱스와 손잡고 배송·물류 분야에서 전동화를 선언한 것은 엄청난 변화”라며 “화물·배송 차량은 당장 물량이 많다는 점에서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전기차 경쟁에서도 “테슬라가 그간 주인 역할을 했지만, 올해 레거시 메이커가 대거 신차를 출시해 난형난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기차 각축장인 유럽 시장 판매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전기차 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에서 팔린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는 9만4683대(영국 시장 미집계)였다.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폴크스바겐 ID.3(2만3448대)로 테슬라 모델3(1만7521대)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지난해 11월엔 르노 조에가 1위였다. 현대·기아의 코나·니로 EV도 지난해 줄곧 10위권 안에 들었었다. 피아트 500e 등 저가 모델 등장으로 올해 상반기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UAM은 어디쯤 왔나 

GM이 2021 CES에서 선보인 1인용 항공기(왼쪽)와 자율주행 컨셉트 . 사진 GM 키노트 캡처

GM이 2021 CES에서 선보인 1인용 항공기(왼쪽)와 자율주행 컨셉트 . 사진 GM 키노트 캡처

GM은 이번 CES에서 전기 동력 수직이착륙(e-VTOL) 기체의 컨셉트를 발표했다. 안마의자처럼 생긴 초경량 1인용 항공기는 90kW 모터, 얼티움 배터리팩, 4쌍의 로터(날개)로 최대 시속 90㎞로 날 수 있다. 마이클 심코 GM 글로벌 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도심 항공에 대한 GM의 첫번째 진출”이라며 “머지않은 미래에 자율주행과 (하늘 위) 캐딜락의 호사가 어떤 모습일지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시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배터리 등 일부 스펙 등을 공개한 점은 인상적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CES에서 공개한 도심항공용 기체 S-A1.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지난해 CES에서 공개한 도심항공용 기체 S-A1. 사진 현대차

현대차는 지난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e-VTOL 기체 S-A1 모형을 공개했다. 8개의 커다란 로터를 장착한 S-A1은 지난해 CES에서 단연 돋보였다. 이 분야 강자인 미국 항공사 벨의 '비행 택시'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미래지향적 컨셉트와 디자인으로 무장한 S-A1은 전혀 기죽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공개 후 1년이 넘었지만 S-A1 등 UAM에 관한 진전된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달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신재원 현대차 UAM사업부 사장이 “2028년 승객용 모델에 앞서 2026년 화물용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2028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CES에서 밝힌 UAM 상용화 시점이다.

수소 전기차 분야에선 도요타와 경쟁이 예고된다. 지난달 도요타는 2세대 미라이를 출시했고, 올해 미국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선우명호 교수는 “현대차가 기술 리더십이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장이 언제 열린 것 지가 관건”이라고 평했다.

미래 모빌리티 경쟁은 이제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GM이 이번에 그림을 잘 그렸지만, 완성차업체에 2021년은 그림을 그릴 때가 아니다”라며 “매일 매일 CES 발표장에 섰다고 할 만큼 혁신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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