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폭염에 3000여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2주 동안이나 프랑스를 프라이팬처럼 달궜던 폭염으로 8월 들어서만 3천여명이 숨졌다는 공식 집계가 나와 프랑스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프랑스 일반보건국(DSG)은 14일 40도를 넘나든 폭염으로 직.간접 사망자가 잠정적으로 3천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국 주요 종합병원과 장례업체들의 사망자 처리 통계를 토대로 추산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일간지 파리지앵은 이날 수도권의 병원과 양로원, 사회시설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수도권에서만 2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 폭염 희생자가 당국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임을 시사했다.

상상을 초월한 인명 피해가 난 것은 무엇보다도 이상 더위가 이례적으로 장기간 계속되면서 고령자나 심장병.고혈압 등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 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여름철 평균 기온은 25도로 한여름에도 30도를 넘는 날은 일주일 정도가 고작이다. 때문에 에어컨을 구비한 가정은 극히 드물고 선풍기도 많이 보급돼 있지 않다.

그러나 올해는 13일부터 더위가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최근까지 프랑스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35도를 넘는 더위가 강타해 노약자를 중심으로 기습폭염의 피해가 컸다.

하지만 이번 피해가 더위뿐 아니라 정부의 늑장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주장도 많다. 장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는 14일 자연재해의 경우 발동하는 긴급 의료대책인 '백색 계획'을 발효했다.

응급의사협회 파트릭 플루 회장이 지난 10일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속출과 의료진.시설 부족을 호소한 지 나흘이 지나서였다. 응급의사협회의 프레데릭 테이시에르 수도권 지부장은 "환자들이 전쟁 때처럼 포개진 채 기다리다 숨져갔다"고 지적했다.

라파랭 총리는 알프스 휴가지에 머무르며 수도권 일대에만 백색계획을 발표했다가 사망자 수가 3천명에 달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상경했다. 캐나다 퀘벡주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예정대로 20일까지 현지에서 머무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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