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경기 균형 깬 홈스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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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균형의 운동'이다. 모든 종목이 그렇지만 안정된 자세, 균형을 이룬 동작에서 플레이가 이뤄져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가 1회초 기아의 내야진을 흔들며 선취점을 뽑는 순간은 이 '균형'이 무너지는 틈새를 노린, 수준 높은 플레이였다.

2사 주자 2, 3루. 타석의 타자에게 안타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2루 주자 이진영이 '한발 더' 리드하게 되면 기아는 추가 점수를 의식해 2루 주자를 묶어 놓으려고 견제하게 된다. 이렇게 견제하는 순간 2루로 복귀하는 이진영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 기아 유격수 홍세완은 자연히 상체를 수그려 태그하게 된다.

이 동작의 허점을 노려 3루 주자는 홈을 파고드는 것이다. 이때 송구해야 할 홍세완은 태그 동작에 들어가 있어 균형이 이미 무너져 홈에 정확히 송구하기 힘들어진다.

SK는 교과서대로 기아 투수 김진우가 2루로 견제구를 던지는 순간 3루 주자 김민재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홈을 파고들었다. 2루 주자 이진영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누에 복귀했고 3루 주자의 홈 스타트를 의식한 홍세완은 김진우의 송구 자체를 놓쳐 2루 주자와 홈으로 뛰어드는 3루 주자를 모두 살려주고 말았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런 다운에 걸렸을 때도 선행 주자가 있다면 반드시 넘어지며 아웃돼라"고 가르친다. 그래야 선행 주자를 잡으려 송구하는 수비수가 상체를 숙이게 되고, 그의 균형이 무너져 악송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광주=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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