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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막판 대못박기 “美 관리, 대만과 접촉 제한 해제”

중앙일보

입력

퇴임을 열흘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막판 대중국 대못박기를 시도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미국과 대만 관리 간의 접촉을 제한했던 내부 규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퇴임 앞두고 '하나의 중국' 흔들기 #대중 압박 바이든 정부에 공 넘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9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홍콩 특별대우 폐지 등 중국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엔 대중 강경 입장을 고수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서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9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홍콩 특별대우 폐지 등 중국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엔 대중 강경 입장을 고수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서 있다. [EPA=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십 년 동안 국무부는 외교관, 군인, 그리고 다른 공무원들과 대만 관계자들의 접촉을 규제해왔다”며 “미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 정권을 달래기 위해 이런 조치들을 해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행정부 기관들은 국무장관에게 위임한 권한에 따라 이전에 국가가 내린 대만과의 관계에 대한 모든 ‘접촉 지침’을 무효로 간주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오는 13~15일 켈리 크래프트 UN 주재 미국대사의 대만 방문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1971년 대만이 UN을 탈퇴한 후 처음으로 현직 UN 주재 미국 대사가 대만을 방문하는 것으로, 크래프트 대사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접견해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확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CNN방송은 10일 “폼페이오 장관의 지시는 미국과 대만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중국을 화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정권 이양 전 ‘미‧중 노선’ 규정 시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일 “대만은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이며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일 “대만은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이며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막판 대만 문제를 꺼내 든 것을 놓곤 퇴임 전 미‧중 관계의 틀을 굳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백악관 내 중국에 대한 불신이 강한 이들의 걱정이 담긴 조치”라며 “차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비교적 온건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중 관계를 근본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하는 것이 목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중국’ 양보 어려운 中…차기 정부 어떻게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해 5월 20일 집권 2기를 시작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통일 방안인 일국양제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AP=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해 5월 20일 집권 2기를 시작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통일 방안인 일국양제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AP=연합뉴스]

공은 차기 바이든 정부로 넘어갔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는 “고위급 인사의 상호 방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중국을 자극할 게 분명하다”며 “중국과의 경제 대립 구도가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의 정책을 뒤집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성현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바이든 행정부가 협상할 여지가 많아졌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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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폼페이오와 같은 트럼프 정부의 소수 반중국 정객들이 최후의 발악으로 중미 관계를 해치고 있다. 역사의 징벌을 받을 것”이라며 외교적 수사를 뛰어넘는 극렬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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