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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배워라" 美의회 짓밟은 그들, 다음은 바이든 취임식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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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아니면 전쟁을” 
“바이든 백악관 입성 막기 위해 무기 들고 돌아올 것”

바이든 취임식 전후 폭력 시위 발생 우려 #극우세력, 온라인에서 폭력 시위 촉구 #시위대 플라스틱 수갑·권총 소지 포착

미국에서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 취임식 전후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 시위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 연방의회 난입 사태 이후 온라인에서 폭력적 행위를 조장하는 극우파의 글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시위를 주도한 용의자들을 체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취임식에 즈음해 더 큰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에 집결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에 집결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지지자 등 극우파들이 연방의회 난입 사태 이후 다음 계획을 준비 중”이라며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이 열리는 20일 이들의 집결이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WP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몇주 동안 온라인에서는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이 임박해 100만 민병대 행진을 추진하자’는 등의 반(反)바이든 시위를 독려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가 연방 의회에 침입해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가 연방 의회에 침입해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스톰더캐피톨(#StormTheCapitol) 해시태그를 단 이 글들은 '팔러'(Parler)와 '더도날드닷컴'(TheDonald.com) 등 우파 소셜미디어(SNS)와 우파 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허위정보를 분석하는 알레티아 그룹(Alethea Group)도 극우 단체 사이트의 최근 게시글에서 의회 난입 사태 이후 더 강력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물리력을 통해 세력을 과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소뿔 모자를 쓰고 미국 연방 의회 난입을 주도해 난동을 부린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제이컵 앤서니 챈슬리 (가운데).  [AFP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소뿔 모자를 쓰고 미국 연방 의회 난입을 주도해 난동을 부린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제이컵 앤서니 챈슬리 (가운데). [AFP =연합뉴스]

글에는 “취임식 전 마지막 일요일인 17일 워싱턴 DC뿐만 아니라 주 의회를 향해 무장 행진하라”, “총 쏘는 법을 모르면, 지금 배우라”, “정부 청사를 습격해 경찰을 죽이고 재검표를 요구하라” 등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글에서는 이번 사태 때 총격으로 숨진 트럼프 지지자 애슐리 배빗을 추모하는 행사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고만장해진 시위대, 의원 살해위협도 

극우 세력의 온라인 글을 본 전문가들은 “6일 일어난 연방 의회 난입 사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의회 난입 사태를 성공적으로 평가한 이들이 자신감을 얻고 더 격렬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정보분석가인 신디 오티스는 의회 난입 사태를 ‘틴더 박스’(부싯깃 통)로 평가하며 “미국이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지지자가 6일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 집무실 안에 들어가 난동을 부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지지자가 6일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 집무실 안에 들어가 난동을 부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극우 세력들이 온라인 글에서 “연방의회 시위는 불가피한 내전과 혁명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또 다른 트럼프 지지자들까지 폭력 시위에 동요돼 의원들의 신변을 위협하는 일을 벌일 가능성도 크다”고 경고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도 온라인에서 “마이크 펜스를 죽여라”, “펠로시에게 우리가 간다고 알려라” 등 의원들을 위협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WP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의회 난입 시위대가 의원을 살해하거나 인질로 잡으려 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일부 시위 참여자가 전선을 묶어 정리하는 케이블타이와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수갑, 권총을 소지하는 등 사전에 조직적으로 계획한 증거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뿔 달린 털모자를 쓰고 의회에 난입했던 남성과 낸시 펠로시 의장의 연설대를 들고 손을 흔들었던 또 다른 남성도 경찰에 체포됐다. 난입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들은 평소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며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낸시 펠로시 의장 연설대 가져가는 등 의회 난입 혐의로 체포된 애덤 존슨. [AF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의장 연설대 가져가는 등 의회 난입 혐의로 체포된 애덤 존슨. [AFP=연합뉴스]

미 보안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워싱턴DC는 취임식 때까지 도시 전체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 당일 경비병력에 무기 소지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리노이주 라자 크리시나무르티 하원의원은 “의회 난입 사태 전후 일어난 일련의 과정을 보고, 우리는 더 큰 폭력 시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헌법과 미국,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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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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