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병원들 변칙 영업 기승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金모(31.여)씨는 코 옆에 난 종기를 치료하러 최근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 피부과를 찾았다. 의사는 金씨에게 상처를 가라앉히는 주사를 놓은 뒤 여드름에 특효라는 크림과 항생제 처방전을 내밀었다. 일본이 원산지인 이 크림의 값은 2만원. 병원에서 직접 약을 판다는 사실이 이상했지만,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값을 지불했다.

일부 피부과 병원에서 이처럼 유사 약품을 마치 치료약인 것처럼 팔고 있다. 의약분업에 따라 병원에서 약을 직접 팔 수 없게 되자 형식상 의약품으로 등록되지 않은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을 변칙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병원은 대부분 특정 수입업체와 손잡고 고가의 외국산 제품을 비치한다. 병원 측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불법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의사가 처방한 약으로 인식, 고가에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부 朴모(35)씨는 지난달 말 아이의 볼에 염증이 생겨 서울 송파구 잠실동 A피부과를 찾았다가 4만4천원을 주고 일제 소아용 로션을 샀다. 의사가 "아토피성 피부염"이라고 진단하자 간호사가 朴씨를 접수대 옆에 설치된 피부관리용품 관리소로 안내했다. 朴씨는 "약인 줄 알고 샀다"고 말했다.

의약외품 판매 수익이 늘자 전용 판매소까지 차린 경우도 있다. 서울 용산구 B피부과의원. 들어서자마자 병원인지 약국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각종 약품의 홍보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다.

접수대 옆에는 화장품.로션.샴푸.연고 등 각종 제품 진열장이 마련돼 있다. 이들 제품은 형식상 의약품이 아닐 뿐 겉포장이나 홍보지 등에 사진과 함께 효능을 설명하며 '여드름 치료 비누''외용제''피부치료제'등 문구가 적혀 있다.

심한 탈모증세로 P탈모치료제를 복용 중인 회사원 崔모(34)씨는 최근 서울 서초동 L피부과를 찾았다가 언쟁을 벌였다. 전문의약품인 이 약을 구입하러 찾아간 병원마다 공통으로 처방전과 함께 몇만원씩 하는 헤어에센스.비듬방지용 샴푸 등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처방전은 1만원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제품 값으로 병원 측이 8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런 관행은 의약분업 취지에도 안 맞고,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향후 대책 마련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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