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이어 박영선도 출연…같은 편도 꼬집은 '아내의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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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나경원 전 국회의원. [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나경원 전 국회의원. [뉴스1]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예능 출연을 두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쟁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TV조선 ‘예능의 맛’에 출연해 다운증후군을 앓는 딸 유나씨와의 일상을 보여주며 화제가 됐다. 방송은 당일 예능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오는 12일 방송에는 박 장관이 같은 프로그램에 등장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 방송 날짜에 의문을 제기한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토론 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키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만 보면 선거 93일 전에 나간 나 전 의원의 방송분은 문제가 없지만, 86일 전인 박 장관의 출연은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보궐선거는 선거일 60일 이전 방송부터 심의하기 때문에 2월부터 후보들의 출연이 금지된다. 두 정치인의 방송 출연은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셈이다.

규정에는 어긋나지 않더라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9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출마를 앞두고 예능에 출연하는 정치인들은 자신이 없는 건지, 세탁이 필요한 건지, 특혜를 누리겠다는 건지, 아니면 서울시장을 ‘아내의 맛’으로 하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내밀었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 역시 8일 라디오 방송에서 “TV조선에서 특정 서울시장 후보, 여야 후보들을 이렇게 초대해서 일종의 선거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방송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9일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예능 방송 출연은 편파적인 방송으로 사전 선거 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재보궐 선거에 예민하지 않은 시민단체도 거들었다. 민주시민언론연합은 지난 6일 “예능프로그램이 선거 출마를 앞둔 정치인의 홍보 방송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며 “불과 3개월을 남겨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가 유력한 정치인을 섭외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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