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담배꽁초 버려 학교 불낸뒤 "난 전자담배" 발뺌한 교사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운 뒤 담배꽁초를 버려 학교에 큰불을 낸 교사가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사건추적]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판사는 지난 8일 중실화(重失火)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은명초 교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했다. 중실화 혐의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공용 건조물이나 타인의 물건 등을 불에 태워 훼손한 행위를 뜻한다. 단순 실화 혐의보다 그 책임이 무겁다.

2019년 6월 26일 화재가 발생했던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의 외벽이 이튿날 오전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26일 화재가 발생했던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의 외벽이 이튿날 오전 검게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학생과 교사 100여 명 긴급대피… 27억원 상당 재산 피해

2019년 6월 26일 오후 4시쯤 은명초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별관 건물에는 방과 후 수업을 받던 학생 116명과 교사 11명이 남아 있었다. 갑자기 난 불로 인해 방과 후 수업을 듣던 학생과 교사 158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학교와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피 지시로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학생 대피를 돕던 교사 2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시작된 불길은 인접한 주차장의 차량 19대를 태웠고, 주차장 천장을 통해 별관 건물 5층까지 타올라 27억원 규모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용의자는 선생님… 담배꽁초에서 발화

소방당국과 경찰은 합동 감식 결과 건물 1층 주차장의 재활용품 수거장에 담뱃불로 의심되는 불씨가 튀어 불이 시작된 것으로 봤다. 더 나아가 화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화재 사건의 용의자가 이 학교 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교사 A씨를 중실화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A씨는 화재 당일 은명초 별관 옆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운 뒤 담배꽁초를 버리고 갔다. 초등학교는 시설 전체가 금연구역이다. 담배꽁초에서 시작된 작은 불은 큰불로 번졌다. A씨는 자신이 흡연자는 맞지만, 불이 쉽게 붙는 연초가 아닌 전자담배를 피웠으며 최초 화재 발생 현장에는 갔으나 담배를 피운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 “A씨 혐의 전부 유죄 인정”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일반 담배를 피웠다는 정황이 있고, 그가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를 법정 구속했다. 금고형이 확정되면 A씨는 국가공무원법 69조에 따라 중징계 중 파면에 해당하는 당연퇴직 처리된다. 파면 처분이 될 경우 연금과 퇴직수당을 50%만 받을 수 있다.

진 판사는 "피고인의 건강검진 문진표나 카드 사용명세서 등을 보면 평소 일반 담배를 피운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사건 당일 회식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전 학교에 잠시 들러 급하게 담배를 피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타기 쉬운 물질이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불씨를 제대로 끄지 않은 채 자리를 뜬 건 중대한 과실"이라며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 복구를 위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