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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서장 대기발령…야당 “경찰 수사종결권 가질 자격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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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창룡 경찰청장이 6일 ‘정인이 사건’ 부실수사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수사 주체였던 서울 양천경찰서의 이화섭 서장은 대기발령 조처됐다.

정인이 사건 부실수사 비판 일자 #경찰청장, 3개월 만에 공식 사과 #야당 “수사권 조정 허점 드러나” #경찰의 수사종결권 법개정 추진

김 청장은 이날 서울시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대 피해를 당한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청장은 “초동 대응과 수사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경찰의 최고책임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엄정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경찰의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생후 16개월 정인양이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나온 경찰의 공식 사과다. 양천경찰서는 정인양 사망 이전에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를 받았지만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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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청장은 아동학대 재발 방지 대책으로 ▶경찰서장 즉시 보고 ▶반복 신고 모니터링 ▶경찰청 아동학대 전담부서 신설 ▶학대 혐의자 병력 관리 및 피해 아동 진료기록 확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약속했다.

경찰은 또 이번 사건의 지휘 책임을 물어 이화섭 양천서장을 6일자로 대기발령 조치하고, 여성청소년 분야 전문가인 서정순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장을 후임으로 발령했다. 이 서장은 서울경찰청 차원의 감찰 조사에도 불구하고 징계 대상에 제외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중심으로 책임론이 제기됐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입법 독주로 경찰에 날개를 달아주면서 제2의 이용구 법무부 차관 봐주기 수사, 정인이 사건이 나올 위험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야당이 ‘경찰 비대화’ 우려를 제기했던 수사권 조정안의 취약점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와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골자로 하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작품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이후 고위 인사가 연루된 사건이나 아동·지적 장애인 등 피해자의 의사 표현이 원활하지 않은 사건들이 경찰 부실 수사로 묻힐 우려가 커졌다”며 “과연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질 자격이 있느냐”고 말했다.

야당에선 법 개정 움직임도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을 견제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검찰의 ‘송치 요구권’을 명문화하는 내용이다.

위문희·손국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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