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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한파에도 3000개 마을 바꿨다…반상회가 꼽은 ‘풀뿌리 뉴딜’

중앙일보

입력

충북 모든 마을에 공사…업체 “가뭄의 단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장자마을 1단지 부영아파트는 지난해 9월 우리마을 뉴딜사업으로 1500만원을 들여 아파트 울타리를 교체했다. 김상진 관리소장이 바뀐 울타리를 설명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장자마을 1단지 부영아파트는 지난해 9월 우리마을 뉴딜사업으로 1500만원을 들여 아파트 울타리를 교체했다. 김상진 관리소장이 바뀐 울타리를 설명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지난 5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장자마을 1단지 아파트. 4개월 전만 해도 곧 무너질 것 같던 아파트 울타리가 탄탄한 금속 재질로 바뀌어 있었다. 중학교와 인접한 이 아파트는 울타리를 넘어다니는 학생들로 인해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충북도 지난해 9월부터 '우리마을 뉴딜사업' #동 단위 2억원, 행정리 2000만원 이하 투입 #이시종 지사 “업체엔 일감, 주민은 일자리” #반상회, 주민자치위 주도 참여형 SOC 주목

 2004년 준공 이후 울타리 3개면 중 2개는 교체했지만, 학교를 사이에 둔 울타리 1곳(130m)은 예산 부족으로 놔두는 실정이었다. 입주민이 280여 세대에 불과해 아파트를 보수할 장기수선충당금도 부족했다. 관리소장 김상진(64)씨는 “지난해 8월 입주자대표 회의를 통해 울타리 교체를 마을 숙원사업으로 정한 뒤 청주시에 신청서를 냈다”며 “한 달 뒤 지역 업체를 통해 1500만원을 들여 공사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문성(50) 입주자회의 대표는 “울타리가 워낙 오래돼 학생들이 담을 넘을 때마다 안전사고가 우려됐다”며 “소액 공사이긴 하지만 일감에 목말랐던 공사업체도 고마움을 표했다”고 했다.

벽화·울타리 설치 등 마을 정비 사업

충북 보은군 회난면 신추리 마을은 우리마을 뉴딜사업으로 담장벽화 복원사업을 완료했다. [사진 보은군]

충북 보은군 회난면 신추리 마을은 우리마을 뉴딜사업으로 담장벽화 복원사업을 완료했다. [사진 보은군]

 충북도가 추진한 ‘우리마을 뉴딜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사업은 충북 11개 기초자치단체가 소규모 공사를 발주해 업체에 일감을 주고, 주민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마을 SOC(사회간접자본) 개선 정책이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지난해 5월 사업 추진을 발표한 뒤 사업선정 등 절차를 거쳐 그해 9월부터 진행했다.

 충북도는 이 사업에 707억원을 투입했다. 시 단위 지역 51개 동별로 2억원 이하, 군 단위 지역 3024개 행정리별로 2000만원 이하 사업비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마을 안길 포장, 하수도·배수로 정비, 체육공원·마을주차장 포장, 꽃길 조성, 마을회관·농기계 창고 정비 등 소규모 공사가 필요한 사업으로 범위를 정했다.

 사업 선정은 반상회와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결정했다. 주민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충북도와 시·군이 절반씩 사업비를 부담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는 지역 업체로 한정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인력수급과 소비 등이 해당 지역에서 이뤄지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마을에 주차장이나 꽃길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읍내 시멘트 업자와 동네 철물점, 새참 파는 가게에 곧바로 일감이 돌아간다”며 “마을 주민들이 직접 일용직 근로자로 참여할 수 있어 소득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면 단위 1개 마을 사업에 연인원 30명의 고용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경제 선순환 유도…사업은 주민들 결정

충북 단양군 대강면 직티리 마을안길 정비 전·후 모습. [사진 단양군]

충북 단양군 대강면 직티리 마을안길 정비 전·후 모습. [사진 단양군]

 우리마을 뉴딜사업 추진 결과 마을 길 정비와 공동주택 수리 등 생활편익 사업이 1994건(55.1%)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로당 정비, 마을 쉼터 조성, 체육시설 설치 등 주민복지 사업은 833건(20.8%)으로 뒤를 이었다. 마을 방송설비 구축, 화재경보기 설치, 무인택배함 설치 등 디지털화 사업은 368건(10.2%)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사는 음성군 금왕읍 무극1리는 어린이 놀이터에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어 문구가 뜨는 2000만 원짜리 대형 전광판을 설치했다. 노경호 음성군 지역개발팀장은 “평소 외국인들이 자녀와 함께 놀이터에 와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다국어 전광판이 생기면서 놀이터 청결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올해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보고 2차 우리마을 뉴딜사업 재개 여부를 정한다. 서인배 충북도 균형정책팀 담당은 “재난지원금은 소비에 그칠 수 있지만, 소액 공사는 업체 수익과 함께 일용직 근로자나 마을 주민의 근로 소득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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