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요즘 은퇴설계의 최대 복병 된 자녀 결혼자금,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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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진영의 은퇴지갑 만들기(15)

은퇴설계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은퇴설계는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말이고 누구나 필요하다고 하지만 막상 은퇴자라도 실제 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KB경영연구소에서 2018년 말 기준 3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KB골든라이프보고서’에 따르면 은퇴설계나 상담 경험 가구는 11.4%에 불과하고, 정작 은퇴설계가 필요한 50대와 60대는 9%대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은퇴자의 자산분포를 볼 때 모든 사람이 전문적인 은퇴설계 상담을 해볼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50% 정도는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에서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셀프 은퇴설계’라도 해 봐야 한다. 영상으로 보여주는 ‘은퇴지갑 만들기 8회’ 이후 내용은 제대로 된 은퇴설계를 스스로 해보기 위한 사전준비와 같다.

건강검진과 은퇴설계의 과정. [자료 김진영]

건강검진과 은퇴설계의 과정. [자료 김진영]

은퇴설계는 사실 건강검진과 거의 동일한 개념이면서 동시에 과정도 매우 유사하다. 건강검진이 건강한 장수를 위해 미리 점검하는 것처럼 은퇴설계는 안정된 은퇴생활을 보낼 수 있는 자금을 점검하는 것이다. 건강검진이 한번 하고 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은퇴설계 역시 적어도 매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건강검진이 문진표와 검사, 진단, 치료, 다시 검사 순으로 반복해 진행하는 것과 같이 은퇴설계도 이와 동일한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셀프로 하는 은퇴설계에서는 건강검진의 문진표에 해당하는 필요자금의 정확한 추정과 보유한 자산의 배분에 대한 결정이 핵심이다.

은퇴 생활비 구성. [자료 김진영]

은퇴 생활비 구성. [자료 김진영]

필요 자금을 계산해내려면 먼저 은퇴생활비부터 추정해야 한다. 그러나 은퇴생활을 해보지 않았고, 생활비라는 것도 집집마다 다르기 때문에 평균을 잡아보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더욱이 요즈음 은퇴생활에서는 소비 지출이 아닌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경조금 등 비소비지출의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내 은퇴자산의 배분도 자녀 몫, 특히 결혼자금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자녀가 취직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결혼자금을 별로 모으지 못한다. 게다가 신혼집 마련은 너무 어려워 은퇴자금의 대부분이 자녀에게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은퇴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은퇴 후 생활비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또한 많지 않은 나의 자산 중 은퇴자금으로 어디까지 쓸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자녀와의 자금배분에서 지금 주고 나중에 의지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적게 주더라도 나중에는 내가 짐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자금의 배분에 따라 나의 은퇴설계는 방향이 180도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나의 자산을 파악하고 찾는 것은 이미 지난 ‘은퇴지갑 14회’를 참조하기 바란다. 여기까지가 건강검진 문진표를 작성하는 것과 유사한 과정이고, 이제부터는 문진표보다 훨씬 중요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은퇴 후 자녀 관련 예상 비용. [자료 김진영]

은퇴 후 자녀 관련 예상 비용. [자료 김진영]

이러한 나의 기본적인 은퇴자산 현황을 기초로 진단해 봐야 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전체 은퇴생활에 필요한 총자금과 내가 은퇴자산으로 쓸 수 있는 자산 간의 괴리를 파악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생활비 등이 필요한 시점에 실제 쓸 수 있는 유동자금을 만들 수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이다. 10억원 넘는 집이 있어도 세금 낼 돈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벽돌을 한 장씩 빼 세금을 낼 수 없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내가 가진 자금의 운용수익률과 위험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차피 은퇴자금은 대부분 부족할 텐데, 운용수익률이라도 높여 복리효과를 이용해야 그나마 은퇴자금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수익률을 높이려고 과도하게 위험한 투자상품을 사용할 경우 반대로 은퇴자금이 엉망이 되기 때문에 각각의 위험을 파악해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은퇴설계에서의 진단과정이다. 은퇴설계 진단에 따른 처방과정은 다음 ‘은퇴지갑 16회’에서 다루기로 한다.

밸런스 은퇴자산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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