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진영의 은퇴지갑 만들기(14)
은퇴할 때쯤 되면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그동안 일해 모은 자산이 지금이 제일 많을 것 같은데 ‘나의 자산이 은퇴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일 것이다. 어차피 은퇴 전후 시점에서 은퇴설계를 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이 은퇴자산 규모인데, 이를 위해 먼저 나의 자산을 모두 모아 보아야 한다. 그래서 2018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반으로 베이비 부머가 은퇴 시기에 보유한 자산을 간단하게 분석해 보았다.
자료를 보면 가구주 기준으로 상위 5%의 평균자산은 3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것은 베이비부머 중에서도 아주 돈 많은 사람까지 포함한 평균 수치이고 일반적으로 상위 5~10% 사이의 평균은 13억원 정도다. 물론 2020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집값이 10억원 넘는데, 이 수치가 너무 낮은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18년 기준인 데다 전국의 베이비부머가 대상이고, 아파트가 아닌 주택도 포함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 통계에서 보듯이 자산의 분위와 관계없이 은퇴자의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 특히 주택에 집중되어 있다.
금융자산은 상위 5%의 평균이 8억6000만원으로 생각보다 낮다. 그러나 KB 은행에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사람은 35만명이고, 이는 우리나라 2000만 가구의 1.8%에 불과했다.
상위 5%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이 10억원에 못 미치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부동산 외의 금융자산 부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의 순위와 은퇴 자산의 순위는 다르다. 은퇴 자산은 전체 자산이 아니라 은퇴생활에 내가 쓸 자산만을 말한다. 그래서 전체 자산이 작아도 은퇴자산이 더 큰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둘 다 같은 금액의 집이 있는데 한 명은 그냥 주거용으로 쓰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주택연금을 받는다면 두 사람의 은퇴자산은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전체 자산은 보유 자산 전부를 말하는 것이지만 은퇴자산은 이중 은퇴자금으로 쓸 주관적인 자산이다.
그래서 은퇴설계를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나의 전체자산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 모든 금융기관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다행히 최근 개인 자산정보도 ‘마이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나의 보유 자산 항목은 금융소비자포탈인 금융감독원의 ‘파인’에서 찾는 것이 가장 편하다. 물론 보험자산과 부동산 정보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몇 가지 더 찾아봐야 한다. 은퇴하면 내 재산부터 전체적으로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모든 제대로 된 은퇴설계가 여기에서 출발한다.
밸런스 은퇴자산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