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진영의 은퇴지갑 만들기(13)
은퇴하는 사람이 생각해 볼 수명은 여러 가지가 있다. 평균수명은 남자가 82세, 여자가 87세이다. 장례식장 나이인 최빈수명은 이보다 조금 길어 남자가 83세, 여자가 89세이다. 청려장 수명은 100세인데 우리나라도 현재 약 5000명이나 된다. 그러나 병치레 없는 건강수명은 남자가 69세이고 여자가 71세로 평균수명보다는 10년에서 15년이나 짧다. 이 기간에는 아프다는 이야기다.
직장수명은 주 직장에서 퇴직하는 나이인데 아직도 만 55세 정도다. 여기에 은퇴자산으로 버틸 수 있는 자산수명이라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은퇴자산이 6억원 정도면 월 250만원 정도 쓸 경우 20년 버틸 수 있어 자산수명은 75세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산수명은 기본적으로 나의 은퇴자산이 결정되어야 파악할 수 있다. 은퇴자산은 내 전체 자산이 아니라 부부의 은퇴생활비에 쓸 재산으로 구분해 놓은 자산이다. 내 재산을 자녀 결혼이나 교육비 등으로 쓸 계획이고 주택은 살다가 상속하고 퇴직금은 대출 갚는데 쓸 계획이라면 〈표〉에서 보듯이 내 재산이 14억원이라도 나의 은퇴자산은 5억원 정도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은퇴자산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정하는 것이 은퇴설계이다.
그러나 간단하게 은퇴수명을 구해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자산수명 ‘7의 법칙’이다. 나의 은퇴자산을 억 단위로 정해 거기에 ‘7’을 곱하고 다시 월 생활비(백만원 단위)로 나누면 된다. 예를 들어 나의 은퇴자산을 5억원으로 결정했다면 ‘7’을 곱한 35이고, 생활비를 월 200만원 써야 한다면 35 나누기 2는 17.5년이다. 그래서 자산수명은 만 55세에서 17.5년을 더한 72.5세 정도다. 이때까지는 내 힘으로 내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뒤는 자녀에 의존하든지 당초 계획과 달리 집 등 다른 재산을 팔아서 써야 한다.
따라서 내 자산 중에서 은퇴자산을 결정하는 것이 은퇴설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종신보험을 죽고 난 후 상속할지 아니면 지금 해약해 운영하면서 내가 쓸지, 주택을 상속하지 말고 줄이든지 주택연금으로 쓸지, 연금을 연금으로 받아 은퇴자금으로 쓸지 아니면 일시금으로 받아 대출 갚는 데 쓸지 등이다. 대출도 은퇴하면서 퇴직금으로 갚는 방법도 있으나 대출을 집을 팔 때까지 유지해 은퇴자금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나의 자산 중에서 은퇴자금의 비중은 가족과 협의나 암묵적인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평균수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는 말 나오지 않으려면 건강수명 늘리기 위해 건강검진 열심히 받는 것처럼 자산수명을 늘리기 위한 은퇴설계도 반드시 해 봐야 한다.
밸런스 은퇴자산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