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 “글로벌 백신 공급 실패땐 올 세계성장률 1.6%까지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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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부터 백신을 보급하면 세계 경제도 반등할 거란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국제연합(UN) 산하 금융기관인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예전 예측치보다 낮췄다. 지난해 말부터 재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성장률 전망 하향

세계은행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세계은행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WB는 6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8%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전망치(4.2%)보다 0.4%포인트 낮다. WB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및 글로벌 봉쇄 심화로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미국 4.0%→2.8%, 유로지역 4.5%→3.6%, 중국 6.9%→7.9%, 일본 2.5%→2.0% 등으로 수정했다. 이번 발표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은 빠졌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세는 예상보다 심각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6만명에 육박하면서 결국 2월 중순까지 3차 봉쇄를 연장했다. 또 미국 내 하루 신규 확진자도 최근 21만명을 넘어섰다.

백신 보급 차질 생기면 성장률 반 토막

하지만 이런 예측마저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다. WB는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지금보다 늘고 백신 공급에 실패한다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 상황에 따라 이미 한차례 하향 조정한 성장률 전망이 반 토막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백신이 보급돼 경제 반등에 성공해도 당분간은 코로나19 피해에서 회복하기 힘들다고 봤다. WB는 “팬데믹 이전 추세선과 비교하면 올해 세계 총생산(GDP)은 5.6%, 내년은 4.6% 낮다”며 “코로나19로 세계 경제는 영구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경제성장률 전망은 3차 코로나19 재확산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도 최근 방역상황을 반영해 기존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WB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월 예상(-5.2%)보다 0.9%포인트 오른 -4.3%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각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하기 시작한 소비 덕분이다.

WB는 코로나19 이후 장기적 성장동력 회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규제개선을 통한 비효율 제거, 정부 효율성 증대, 산업 다변화, 디지털 인프라와 기후변화 투자 등을 주문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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