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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사상 첫 2900 돌파 “실적 발표되는 3월 조정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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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 첫 거래일인 4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70.98포인트(2.47%) 오른 2944.45에 마감했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첫 거래일 상승률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은 977.6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새해 첫 거래일인 4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70.98포인트(2.47%) 오른 2944.45에 마감했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첫 거래일 상승률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은 977.6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신축년 첫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가 2900선을 가뿐하게 넘었다. 흘러넘치는 유동성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를 쌍끌이하면서 최고치 경신이라는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개미 1조원 순매수, 외국인 가세 #삼성전자 시총 장중 500조 넘어 #주식 시장과 실물경기 괴리감 커 #“3000 찍어도 안착 어려워” 의견도

코스피는 4일 전 거래일보다 2.47% 오른 2944.4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24일 28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5거래일 만에 2900고지를 밟았다. 3000선 정복도 초읽기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2036조4851억원)도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돌파했다. 2007년 10월 2일(1007조2580억원) 처음 시가총액 1000조원을 넘어선 지 13년3개월 만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2.47%)와 SK하이닉스(6.33%), LG화학(7.89%), 삼성SDI(6.85%) 등이 크게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대차(8.07%)와 현대모비스(12.33%)도 급등했다.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6.19%)과 화학(4.56%), 전기·전자(3.31%), 운송장비(6.87%), 운수창고(4.28%) 등이 크게 올랐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47% 오른 8만3000원에 거래를 마쳐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장중 한때 4.20% 오른 8만4400원까지 올라 시가총액이 503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회사의 시총이 500조원을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진격의 코스피를 이끈 건 개인이다. 기관이 쏟아낸 물량(1조1851억원 순매도)을 개인투자자(1조285억원 순매수)가 모두 받아내며 지수를 든든하게 받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핑퐁게임 같던 국내 증시에서 지난해 60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이른바 ‘동학개미’가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됐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직관과 야성을 발휘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동학개미가 시가총액 상위 종목, 국내 대표 업종과 대표 기업을 사들이는 등 스마트머니처럼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굳건한 개인투자자 덕에 국내 증시의 스프링 강도가 튼튼해져 하락 충격은 완화하고, 외국인 매수 등 추가 동력이 유입되면 큰 폭으로 점프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역대 최고치 12월 수출액 호재 작용 

주목해야 할 것은 외국인의 움직임이다. 이날 외국인은 84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외국인이 담은 종목은 기업 실적의 회복을 가늠할 신호로 여겨져서다. 이날 외국인은 화학(2868억원)과 운수장비(1521억원), 인터넷 등을 포함한 서비스 업종(1089억원)을 사들였다.

코스피 3000 눈 앞.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스피 3000 눈 앞.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실적이 개선되고 업황이 좋아지는 업종 순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유동성 정책의 동력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펀더멘털 혹은 실적 동력까지 가세하며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기대감에는 근거가 있다. 지난달 수출(514억1000만 달러)은 12월 수출액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명지 팀장은 “반도체와 자동차·화학 등 대표 업종의 이익이 사상 최대가 나올 정도로 실적이 좋은 데다 수출 데이터도 명확하게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다시 고조되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도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이 중국 기업을 꺼리는 상황에서 전기차 관련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더 강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 속 한국 기업 반사이익 예상 

이미 시장에 흘러넘치는 유동성도 쉽게 마르지 않을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키로 하고, 미국 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머무르는 등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국내 증시를 비롯한 각종 자산으로 돈이 흘러들 수밖에 없다. 부동산을 비롯해 광물과 비트코인까지 각종 자산값이 들썩이는 ‘에브리싱 랠리’(FT)가 벌어지는 이유다.

제대로 탄력을 받은 코스피의 상승세로 3000고지 정복은 시간문제다. 관건은 이 추세를 어느 정도 얼마만큼이나 이어갈 수 있느냐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주식시장의 흐름은 펀더멘털만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며 “3000은 찍겠지만 안착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과 실물경기의 괴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기업의 지난해 결산이 마무리되고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는 3~4월이면 주가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부장도 “실물경기와의 괴리가 상당한 만큼 시장을 흔들 트리거(방아쇠) 포인트가 무엇일지 고민하며 투자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짧게는 5일의 미국 조지아주 상원 선거 결과가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은 9.20(0.95%) 오른 977.62로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주식 가운데는 에코프로비엠(10.05%)이 크게 오른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7.18%)와 셀트리온제약(-8.51%), 씨젠(-4.77%) 등은 급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친 거래대금은 41조3657억원으로, 지난달 28일(41조993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달러당 1082.1원으로 마감했다.

하현옥·윤상언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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