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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소녀 치료비 마련하는 장애인 화가 이윤정씨

중앙일보

입력

16일 오후 2시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 한 아파트의 거실. 초복을 맞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인데도 집안엔 에어컨이 없어 푹푹 찐다. 거실 바닥에서는 몸도 겨우 가누는 30대 초반의 가녀린 장애 여성이 앉은 채로 왼쪽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붓을 끼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머니(64)의 부축을 받아 틈틈이 누웠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유화 그리기에 열중이다. 그러나 구슬땀이 맺힌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선천성 1급 뇌성마비 장애인 이윤정(李允正.30.한국방송통신대 교육학과 3년)씨. 세계구족화가협회 회원인 李씨가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백혈병 소녀를 돕겠다며 붓을 들었다.

李씨는 동두천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천사' 1천8백60명으로 구성된 '희망지킴이 천사운동본부'가 봉사하는 날로 정한 오는 10월 4일 '천사데이'에 맞춰 '백혈병 소녀 돕기를 위한 자선 미술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李씨가 전시회 준비에 나선 것은 지난달 초. 같은 동네에 사는 보영여중 3학년 김경하(金京河.14)양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데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고 시작했다.

스스로 일어나 앉지도 못하며 양 팔과 오른발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요즘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밖에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그래서 현재까지 경하양의 초상화 1점을 완성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몸을 조금 추스리는 대로 작업에 박차를 가해 전시회 이전까지 풍경화.정물화 등 10여점을 완성해낼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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