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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공세에 “단순 상품공급자 전락할수도”…위기감 가득한 금융그룹 CEO 신년사

중앙일보

입력

기존 금융그룹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의 전환기"(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4대 금융그룹(신한ㆍKB금융ㆍ하나ㆍ우리)은 지난해 분기 순이익 1조 시대(신한ㆍKB)를 여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4대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들이 4일 내놓은 신년사는 위기의식으로 가득했다. 올해부터 네이버ㆍ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하면서다. “빅테크 기업과의 디지털 채널 경쟁 본격화하며 (기존 은행들의) 고객 이탈 가능성이 있다”(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위원)는 진단도 나온다.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금융그룹은 핀테크와 빅테크와의 다양한 협력과 종합금융솔루션 제공, 해외 시장 개척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기 탈출의 전략으로 모색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신한금융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핀테크,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신한의 운명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핀테크(Fin-tech)와 빅테크(Big-tech)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금융과 비금융, 재미와 가치를 아우르는 신한만의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가자”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금융업의 본질을 통해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변화를 이끌어 가자”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상생의 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친환경 금융, 혁신금융을 더욱 힘있게 추진해 가자”고 했다.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이 4일 유튜브 생중계 등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의 ‘2021년 시무식’을 개최했다. KB금융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이 4일 유튜브 생중계 등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의 ‘2021년 시무식’을 개최했다. KB금융

윤종규 회장 “금융플랫폼 혁신, 맞춤형 상품 제공하자”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금융의 디지털화와 정부의 규제 완화 흐름 속에 빅테크의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로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했다”며 “금융플랫폼 혁신을 통해 고객 접점을 더 확대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No. 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빅테크사와는 차별화한 종합금융솔루션을 제공하고,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아마존은 고객 집착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고객의 불편함을 선제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며 “눈앞에 있는 당장의 이익보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고객의 니즈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객가치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이 지난해 10일 서울시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된 연말 이웃돕기 성금 전달식에서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이 지난해 10일 서울시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된 연말 이웃돕기 성금 전달식에서 예종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태 회장 “플랫폼 공급자로 전락 전 먼저 생활금융플랫폼 만들자”  

지난달 31일 신년사를 낸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업권의 붕괴로 인한 다수의 경쟁자 등장, 국내시장의 포화와 규제의 심화, 저금리 기조의 지속은 이자이익 기반 성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손님들이 머물고 혜택을 누리는, 하나금융그룹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돌파구로 글로벌 진출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국내 금융시장의 저성장 기조, 협소한 시장 규모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글로벌에서 찾아야 한다”며 “상품, 프로세스, 시스템, 인재채용 등 모든 업무영역에서 글로벌을 지향하는 운영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시너지홀에서 열린 '2020 하반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금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시너지홀에서 열린 '2020 하반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빅테크와 혁신 경쟁 시작…비은행 강화할 것”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전통적인 금융그룹들은 기존의 3저 현상이 더욱 고착되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까지 장기화하며, 건전성은 물론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올해는 마이데이터나 종합지급결제업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수많은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의 벽을 허물고 우리와 혁신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금융권에는 올해 (코로나19) 후폭풍이 더 크게 불어올 수 있다”며 “잠재리스크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그룹의 투자 자산들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손 회장은 “그룹 내에 아직 비어있는 비은행 부문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하여 그룹 성장을 위한 동력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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