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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위급" 귀화 신청자 음주운전 변명, 법원은 안받아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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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외국인의 음주운전 경력을 들어 귀화신청을 불허한 법무부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음주운전. [중앙포토, 뉴스1]

음주운전. [중앙포토, 뉴스1]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 박양준)는 외국인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귀화불허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 3월 한국 여성과 결혼하면서 그해 6월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2018년 5월엔 법무부에 간이귀화 신청을 했다. 간이귀화는 5년 이상 국내 거주를 요건으로 하는 일반귀화와 달리, 한국인 배우자를 둔 외국인을 대상으로 혼인 상태로 국내에 3년 이상 계속 거주하면 귀화를 허가하는 제도다.

법무부는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귀화심사 기간이던 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돼 귀화 요건인 ‘품행 단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A씨는 서울행정법원에 국적신청 불허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그는 “음주운전을 한 데에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며 “법무부의 처분이 재량권 일탈ㆍ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회식자리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먼저 나간 아내가 차에 혼자 쓰러져 있는 걸 보고 몸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착각해 병원으로 급히 데려가려다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는 것이다. 2014년 입국한 이후 별 탈 없이 회사 생활을 해온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도 법무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A씨가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86%로 만취 상태였고, 귀화 심사 기간에 범죄를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아내를 병원에 데려다주다 부득이하게 음주운전을 했다는 주장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술에 취해 쓰러진 배우자의 상태를 생명과 건강이 위중한 상태라고 착오한 것 역시 지나친 음주로 인한 것으로 보이고, A씨가 평상시 대리운전을 이용했고, 배우자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 등만으로는 잘못된 착오에서 비롯된 원고의 위 음주운전 범행이 합리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당장 귀화신청이 불허된다고 해서 A씨가 곧바로 입게 되는 피해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귀화 신청은 횟수나 시기 등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후 상당한 기간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아니하고 다시 자신의 품행이 단정함을 증명해 대한민국에 귀화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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