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전수조사 대책은 면피용" 교정시설 의료진의 분노

중앙일보

입력 2021.01.01 05:00

업데이트 2021.01.01 07:57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뉴시스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뉴시스

“코로나19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완전히 잘못 짚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교정시설 의료진 A씨는 31일 법무부의 교정시설 집단감염 대책을 지켜본 뒤 이렇게 말했다. A씨는 “교정시설에서 일해 본 의료진으로서 법무부의 대책이 코로나19를 잡으려는 건지 의심스럽다.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교정시설 의료진의 작심 비판 

30일 동부구치소. 뉴시스

30일 동부구치소. 뉴시스

서울동부구치소(이하 동부구치소)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이날 “2주간 전 교정시설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를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대처 방안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동부구치소와 같은 아파트 형태의 교정시설인 인천교도소와 수원교도소에 대해서 전원 진단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직원과 수용자에 대해 신속항원검사도 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이미 집단감염이 일어난 상태에서 잠복기 등을 고려했을 때 ‘일회성’ 전수조사보다는 철저한 격리 및 접촉자 조사와 병행된 검사를 주기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시기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속항원검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민감도가 40%밖에 되지 않는 이 검사는 적합하지 않다”고도 했다.

A씨는 이 같은 의견을 법무부에 꾸준히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교정시설 방역 대책에 대해서도 “인력 낭비, 돈 낭비다. 세금을 허투루 쓰는 꼴”이라는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진 말 안 듣는 법무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정시설 집단감염 현황·대책 브리핑을 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정시설 집단감염 현황·대책 브리핑을 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본 원인으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꼽은 A씨는 “교정본부에 의료진이 간호사 1명뿐이다. 현장 상황을 잘 아는 의료진이 없으니 의료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가다간 교정시설에서 퍼진 집단감염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교정시설 내 방역 수칙이 수용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A씨는 지적했다. “지침은 수시로 내려오지만 이를 제대로 교육하고 전달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의료 궁금증을 해결해 줄 현장 인력이 적다 보니 수용자가 지켜야 할 방역 수칙은 자연스레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추가 감염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교정본부 내부에 의료진이 없는 시스템이 결국 오늘과 같은 면피성 대책을 만들게 했다”며 “교정시설은 결핵 등 감염병에 취약한 시설이다. 코로나19로 끝날 거라 생각하는가. 감염병은 계속 찾아올 것이다.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벗어나 근본적인 문제를 바꿔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동부구치소에서만 추가 확진자 126명이 나오면서 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918명으로 늘었다. 단일 시설로는 최대 규모 감염이다. 이날 이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현황·대책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확진자 집단감염 발생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동부구치소 발(發)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법무부 고위 관계자가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차관은 이어 “신입 수용자에 대한 전수검사를 검토해왔으나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며 법무부 대처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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