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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포기" 안철수가 치고나간 서울시장 선거…여야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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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7 재보선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은 지난달 20일 출렁댔다. 주요 예상 후보들이 출마 선언을 미루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권 포기, 야권 단일화”를 외치며 치고 나갔다. 여야는 과거 중도층 지지를 받았던 안 대표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서울시장 보선 누가 뛰나 #여당, 우상호 출사표에 박영선 채비 #백신·부동산·박원순…민심 안 좋아 #지지층 결집 vs 중도 확장 고민 #야권, 안철수·국민의힘 입당 신경전 #이종구·이혜훈 등 잇단 출마 선언 #나경원·오세훈도 가세할지 주목

경선에 주목하는 與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왼쪽),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른쪽). 연합뉴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왼쪽),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른쪽). 연합뉴스

민주당에선 우상호 의원이 처음 출마를 선언한 지 20일째 추가로 나서는 후보가 없다. 당으로서도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선거 분위기를 띄우기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김민석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획단장은 지난달 30일 방송에 출연해 “1월 말에 후보 등록을 시작한다. 후보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하는 건 내년 설 이후에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만만치 않아 1월 초까지는 국민들이 경선에 관심을 가질 마음의 여유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지층 결집과 중도 확장 사이 어느 지점을 선택하느냐가 여당이 고심하는 선거 전략의 핵심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민주당은 최근 네 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지지층 결집 효과를 봤다. 확실한 플랜A를 쥐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코로나19와 부동산 문제, 박원순 전 시장 귀책사유로 선거를 치르는 점 등을 들어 “전반적 민심 흐름이 좋다고 볼 수 없다. 중도층 공략에 신경 써야 한다”(수도권 재선)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론조사 여권 1위를 달리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대해선 “이미 몇몇이 캠프를 꾸리고 물밑 준비작업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본인 확신이 서기 전이라고 한다. 여권에선 그의 출마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출마 결심을 굳히면 중기벤처부 장관직을 사임하고 자연스레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 조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 조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주민 의원도 곧 입장을 공식 발표한다. 조직력을 갖춘 우 의원과 지지율이 앞서는 박 장관을 고려해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 끄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최대한 빨리 가부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들외에 '제3후보'의 등판 가능성도 언급된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거론되는 인사들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의 측근은 “우리는 우상호를 지지한다”며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그의 주변에서도 “서울시장엔 관심이 없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당대표 출신인 추 장관은 서울시장보다 차기 대선에서의 역할에 관심이 크다고 한다.

민주당은 '무조건 경선'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익명을 원한 정치컨설턴트는 “지금으로선 박영선·우상호 2파전 또는 박영선·우상호·박주민 3인 경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와의 ‘당대당 통합’을 주장하며 강성 지지층 결집을 시도 중이다.

빅텐트 구상하는 野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야권의 최대 변수는 안철수 대표가 됐다. 국민의힘과 수면 위 아래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안 대표는 12월 30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이다. 나를 위해 고집을 피우는 게 아니다. 유권자층을 봤을 때 그 방법으로 선거에 이길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의 야권 단일후보 주장을 두고 “우리 공관위하고는 상관이 없다. 안 대표의 단일화는 본인으로 단일화해달라는 요구처럼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중도층 포섭에 더 매진하고 있다. 안 대표의 선거전 등판과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탈당·출마 등으로 인해 수도권 중도 표심이 야당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이번만큼은 ‘민주당을 안 찍겠다’는 성난 중도층의 정권 심판 민심을 반드시 얻어와야 한다”면서 “아직 단정은 어렵지만 최근 일각에서 나타나는 정당 지지율 역전 현상을 긍정적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이미 출마 선언을 한 후보도 여럿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이종구·이혜훈·김선동·오신환 전 의원과 김근식 교수,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 7명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중 이종구 전 의원은 3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 “내년 선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고, 지금 나오는 지지율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며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코로나19, 부동산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가 당면 과제인 만큼 경제 전문가라는 장점을 부각해 후보 경선에서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나경원 전 의원은 출사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현재 여론조사) 1위라는 건 아직 의미가 없다. 오차 범위 내일 뿐 아니라 당내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더하면 안 대표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도 주변에 “안 대표가 서두른 느낌이 있다. 신년에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또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의 출마설도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보수 진영의 승패는 '대여 단일 대오'구축을 위한 범야권 단일화가 가능할지, 그 과정에서 야권 내부의 반목과 출혈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안 대표가 입당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내부 경선 후 야권 단일화, 보수 빅텐트 통합 경선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와관련, 당 공관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의원은 “가장 승률이 높은 최선의 후보를 세우라는 것이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심새롬·손국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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