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life] 숙대생들은 펜션에서 뭘 먹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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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부추는 어떻게 자를까요?"

"으응, 니 손가락 만하게 잘라."

"언니, 이거 끓는데 어떻게 하지요?"

"일단 가스불을 끄고 기다려봐."

지난 토요일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입구의 한 펜션. 젊은 여성 10여명이 저녁식사 준비에 분주하다. 부추를 다듬다 언니를 찾고, 물이 끓어도 언니를 부른다. 나이는 고만고만해 보이는데 그 중 작은 몸집의 '언니'가 대장 노릇을 한다. 나머지는 대부분 평소 부엌 근처엔 얼씬도 않던 '몸치' 같다.

숙명여대 요리동아리 '맛깔'이 1박2일로 가을MT를 떠난다 해서 도대체 무얼 해먹나 구경하려 따라 나섰다.

부추가 도마에 오르고 냄비에 물이 끓는 것을 보니 삼겹살에 상추쌈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명색이 음식을 연구하는 동아리인데 남들과 똑같은 식단을 준비할 수 없잖아요." '언니'로 불리던 이은주(4학년)씨의 설명이다.

"지글지글보다 보글보글 소리가 더 매력적이지 않아요?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기름기 덜한 깔끔한 메뉴를 고른거죠." 동아리 회장 조주현(2학년)씨가 거든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10여명. 고학년들은 요리를 맡고 저학년들은 야채 다듬기와 식탁 정리 등 잡일 담당. 어눌한 손놀림들이 오간 지 30분가량 지나자 화려한 샤브샤브 식탁이 차려졌다.

식탁에 둘러앉아 데친 쇠고기.버섯.야채를 오물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동아리방이 없어 식품영양학과에 얹혀 지내던 일, 해운대 바다에서 즐기던 부산의 요리, 상암 캠프장에서 휴대전화를 플래시 삼아 지내던 일 등 동아리의 과거사에서 시작해 남자친구랑 잘 지내기, 졸업 후 진로까지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가평=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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