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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밀시설, 불량 환기구조, 분리 부족…동부구치소 762명 확진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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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뉴스1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뉴스1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 진행된 3차 전수검사에서 233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얘기다.

 구치소 한 곳에서만 760명이 넘는 대규모 확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29일 구치소 관련 확진자의 사망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당국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와 대응 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서울시·중앙방역대책본부·법무부에 따르면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총 762명이다. 지난 23일 2차 전수검사에서 288명의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28일 3차 전수검사에서 233명이 확진됐다. 앞서 18일 1차 전수검사에서 확진된 직원과 수용자는 187명이다.

 첫 관련 확진자는 지난달 27일 확진된 구치소 직원의 가족이다. 이후 구치소 직원→동료→수용자에게 ‘n차 전파’가 이뤄졌다. 서울시는 “27~28일 직원과 수용자 300명을 검사했을 때 확진자가 없었으며, 지난 5일 일부 직원이 증상을 보이면서부터 직원·수용자들 가운데 확진자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수검사 확진 187명→288명→233명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이고 있다. 종이에는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발송 금지'라고 적혀있다. 뉴시스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이고 있다. 종이에는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발송 금지'라고 적혀있다. 뉴시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추가 집단감염 원인으로 “고층 빌딩 형태의 전형적 3밀(밀폐·밀접·밀집) 시설, 불량한 환기 구조, 과밀 수용에 따른 비확진자·확진자 분리 수용 공간 부족”을 꼽았다.

 법무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접촉자 분리가 미비했다”는 지적에 대해 “7일 기준 수용 정원 대비 수용률은 116.6%(수용정원 2070명, 현원 2413명)로 과밀 수용 상태”라며 “확진자와 접촉자, 비접촉자를 분리 수용하기 위해 충분한 수용 공간이 필요하지만, 과밀 수용으로 인해 확진자와 접촉자를 그룹별로만 분리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확진자는 확진자끼리, 밀접접촉자는 밀접접촉자끼리, 음성 수용자는 음성 수용자끼리 그룹별로 수용했다는 뜻이다. 음성 수용자 가운데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수용자들을 가려내기 어려워 수용자끼리 전파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국은 수용실에서 마스크 착용도 미흡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1인실·3인실·5인실·다인실이 있는데 한 방에 있는 수용자는 24시간 같이 밥 먹고, 잠자며 생활하는 식구나 마찬가지”라며 “방에 있을 때도 마스크를 쓰라고 독려하지만 완벽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감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도로 나올 때는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계도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 식구 개념, 마스크 완벽 착용 어려워” 

서울 동부구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수용자들의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 제2교도소로의 이송이 시작된 28일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호송버스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서울 동부구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수용자들의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 제2교도소로의 이송이 시작된 28일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호송버스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방대본은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데 대한 문제점을 묻자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해 다시 말씀드리겠다”며 “다만 통상 이런 시설(대규모 생활시설)은 종사자나 관련자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되지만 이번 경우는 신입 수용자를 통한 조용한 감염으로 전파됐을 가능성도 제기돼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과밀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 28일 확진된 수용자 345명을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송했으며, 동부구치소를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은 동부구치소 확진자 중 사망 소식도 전해졌다. 방대본은 사망자에 관해 “지병이 있어 구치소에 들어온 뒤에도 구치소 내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해오다 코로나19에 확진됐다”며 “외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하던 중 27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3000억 원대 분양 사기 사건인 ‘굿모닝시티’ 사건을 일으킨 윤창열(66)씨로 파악됐다.

최은경·김민상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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