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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자폭 테러범, 범행 전 "유명해져 내슈빌이 날 잊지 못할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 연방수사국(FBI)가 공개한 내슈빌 차량 자폭 테러 용의자 앤서니 퀸 워너(63)의 사진. AP=연합뉴스

미 연방수사국(FBI)가 공개한 내슈빌 차량 자폭 테러 용의자 앤서니 퀸 워너(63)의 사진. AP=연합뉴스

크리스마스 당일 미국 테네시주(州) 내슈빌 차량 자폭 테러가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형 테러’ 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NN은 28일(현지시간) 내슈빌 자폭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앤서니 퀸 워너(63)의 이웃을 인용해 그가 외톨이였으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범행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워너와 2010년부터 이웃으로 지냈다는 릭 로드는 CNN에 지난 21일 워너와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로드는 “난 ‘어이 앤서니, 산타가 당신한테 뭐 좋은 거 갖다 주나’라고 했다. 그러자 워너는 ‘그럼, 난 더 유명해질 거야. 내가 너무 유명해져서 내슈빌이 날 잊지 못하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로드는 당시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기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분명히 해 두자. 워너와 나는 친구가 아니었다”며 “이웃 중 누구도 워너의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은 찾지 못할 거다. 그는 딱 ‘은둔자(recluse)’라고 할 만한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폭발이 일어난 내슈빌 시내 모습. AP=연합뉴스

폭발이 일어난 내슈빌 시내 모습. AP=연합뉴스

2001년부터 워너와 같은 동네에서 산 스티브 슈몰트는 “워너는 여기서 오래 살았다. 그는 남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며 “그는 은자(hermit) 같았다”고 말했다. 워너와는 마주치면 손을 흔드는 정도의 사이였다고 했다.

워너가 컴퓨터 기술자로 일했던 프리드리히&클라크 사(社)의 스티브 프리드리히 대표는 “워너는 좋은 사람이었고, 한 번도 전문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달 초 워너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도 했다.

더그 커네스키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은 현재 수사당국이 워너의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지인들을 탐문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행에 연루된 다른 범인이 있을 가능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크리스마스 당일 내슈빌 도심에서의 폭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마스 당일 내슈빌 도심에서의 폭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워너가 탑승한 캠핑용 차량(RV)은 25일 오전 6시 30분쯤 내슈빌 도심에서 폭발했다. 폭발 직전 워너의 차량에서는 폭탄이 곧 터질 것이라며 대피하라는 기계화된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페툴라 클라크의 노래 ‘다운타운’이 흘러나왔다. 방송을 들은 경찰은 인근 건물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폭발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지만 8명이 다쳤고, 세계 최대 통신사인 AT&T를 비롯한 40채 이상의 건물이 훼손됐다.

경고 방송을 미리 틀고, 행인이 없는 이른 시간에 범행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수사 당국은 워너가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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