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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DH…배민 인수 위해 요기요 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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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조성욱 위원장

조성욱 위원장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기 위해 요기요를 매각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결정 수용 #DH “매각 조건은 너무 슬프지만 #김봉진 대표, 새 가족 맞아 기쁘다” #요기요 기업가치 최소 2조원 추산 #6개월 안에 지분 전량 매각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인 배민과 2위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를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낸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28일 1년 여의 심사 끝에 배민과 요기요 사업자 간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내렸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생기는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요기요 운영사인 DH코리아 지분을 100% 매각하라는 조건이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 간의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에 대한 쿠폰 할인 혜택 등이 줄고 음식점 수수료는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소한 지금의 경쟁 구조는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다만 DH가 요기요의 기업 가치를 하락시켜 공정위 시정 명령의 효과를 낮출 우려가 있어 행태적 조치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김봉진 대표

김봉진 대표

결국 DH는 이날 오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공식 발표했다. 니콜라스 외스트베르크 DH 최고경영자(CEO)는 “DH코리아(DHK) 매각 조건은 너무 슬프다”면서도 “김봉진 대표(배민 창업자)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CEO는 “내년 1분기에 (공정위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DHK도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DH와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용사)의 기업결합을 위해 DHK를 매각해야만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본 ‘배달앱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정위가 본 ‘배달앱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DH는 요기요를 운용하는 DHK의 지분 전부를 6개월 안에 매각해야 한다.

공정위는 매각 전까지 요기요의 가치를 고스란히 보존하라는 현상유지 명령도 내렸다. 이에 따라 DH는 요기요를 팔 때까지 음식점 수수료율을 변경할 수 없다. 또한 소비자에게 이전에 제공했던 것 이상의 프로모션 비용을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공정위는 배달원의 근무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지 못하게 했고, 요기요의 정보자산을 배민으로 이전·공유하는 것도 금지했다.

공정위가 두 기업의 결합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핵심은 ‘양사의 사업 영역을 어디로 보느냐’였다. 공정위는 ‘시장 획정’ 과정에서 두 회사가 배달앱 시장, 음식 배달대행 시장, 공유주방 시장을 나눠 갖는다고 봤다. 특히 두 회사는 배달앱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갖게 된다. 거래금액을 배달앱 시장의 점유율로 보면 두 회사의 점유율이 99.2%(2019년 기준)에 이른다.

급성장하는 배달앱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급성장하는 배달앱 시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DH 측은 시장 획정을 배달앱뿐만 아니라 전화 주문 시장으로까지 넓혀 보면 두 회사의 점유율이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반박해 왔다.

요기요는 DH가 아시아에서 전개하는 사업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업계에선 요기요의 기업 가치가 최소 2조원은 될 것으로 추산한다.

닐슨코리아클릭 조사 결과 지난 9월 사용자 기준 배달앱 업체 점유율은 배민 59.7%, 요기요 30%였다. 지난 8월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배달앱(안드로이드 OS 기준) 월 사용자 수(MAU)는 배민 1066만, 요기요 531만명으로 2대 1 비율을 유지했다. 배민이 지난해 12월 DH와의 계약에서 약 4조7500억원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은 점을 고려하면 요기요의 기업 가치 역시 배민의 절반은 충분히 넘어설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DH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한 배민의 경험에 5조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한 것”이라며 “요기요 역시 그런 맥락에서 전략적 파트너에게 매각할 경우 DH는 배민과 요기요를 공동 소유하는 효과를 누리고 규제당국은 체면을 세우는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추인영·심서현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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