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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오픈사이언스’ 온기로 따뜻해지는 연구공동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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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메시지 중 하나는 글로벌 연대와 협력을 통해 전 세계가 함께 위기에 대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를 적극 공개·공유하고, 특히 신뢰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정보와 데이터의 투명한 공유와 협력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올해 3월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이 한국을 포함한 11개국과 함께 긴급회의를 연 이유도 코로나 극복에 필요한 논문과 데이터 공유를 위한 적극적 연대와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병원 데이터, 선별 진료 관련 데이터 등 24종의 공공 데이터를 개방했고, 미국은 11종의 코로나 관련 데이터 셋을 공개했다. 지난 20년간 속도를 내지 못했던 오픈사이언스가 코로나에 관련된 정보 자원에 한정은 됐지만 실현되고 있다.

과학계에서도 많은 연구자 사이에서 자신의 코로나 관련 연구 결과를 신속·투명하게 공개하고자 하는 의식이 확산하면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진행됐던 따뜻한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어느 연구자는 코로나 관련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네이처’ 같은 저명 학술지에 기고할 수 있었음에도 가능한 한 빨리 공개·공유하기 위해서 국내 오픈 액세스 학술지에 투고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많은 연구자의 상호 연구 교류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해 어렵게 진전된 오픈사이언스의 실현이 코로나가 지나가면 잊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로버트 얀 유럽위원회 연구혁신 사무국장은 “오픈사이언스가 항상 작동되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전환하자”며 “인류에겐 코로나뿐 아니라 암이나 심장혈관 질환 등 자유롭고 신속하게 접근하지 못하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너무 많다”고 독려하고 있다. 캐슬린 시어러 오픈액세스리포지터리연합(COAR) 사무총장은 “우리가 이룬 진보를 잃지 말자. 세상에는 오픈사이언스 혜택을 누려야만 하는 중요한 도전과 문제들이 너무 많다”고 호소했다.

최근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처럼, 우리의 과학기술도 오픈사이언스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과학기술 순공여국으로 다양한 과학 커뮤니티의 지속가능 목표 달성을 향해 나가고 있다. 모처럼 형성된 오픈사이언스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데 우리도 한걸음 앞서 나감으로써 ‘K-사이언스’가 세계 연구공동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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