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 등 전염병 급증 … 원인은 '더러운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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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전국을 강타한 아폴로 눈병으로 눈이 발갛게 붓고 아팠던 사람은 전국적으로 무려 1백40만명. 전시를 방불케할 정도로 많은 환자가 발생해 당시 안과 병원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5월 말 현재 발생한 전국의 이질환자는 7백42명. 불과 5개월 동안 집계지만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환자 7백29명을 이미 능가했다.

선진국 문턱에 다가섰다고 자부하는 국가에서 왜 이렇게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우리 국민의 깨끗하지 못한 손을 주범으로 꼽는다.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비롯해 독감과 콜레라.이질.유행성 눈병.식중독.무균성 수막염 등 대부분의 크고 작은 전염병이 손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병인 감기도 손으로 옮긴다.

전염경로를 잠깐 살펴보자. 사람은 하루에도 몇차례나 무의식적으로 코나 눈을 만진다. 감기바이러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라이노바이러스는 콧물과 눈물 속에 다량 들어 있다.

감기환자의 손엔 콧물과 눈물 등을 통해 감기바이러스로 범벅이 돼 있다는 뜻이다. 감기환자가 만진 문고리나 전화기.필기도구 등을 다른 사람이 무심코 접촉하고, 이들이 다시 자신의 코나 입을 만지게 되면 감기에 걸리게 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전염병 발생이 더욱 우려되는 요즘 국립보건원이 손씻기 범국민운동을 벌이고 있다. 교육청을 통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손씻기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손씻기 계몽 포스터 5만장과 스티커 60만장을 제작해 역이나 터미널에 붙이고 있다.

국립보건원 김문식 원장은 "전염병을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은 첨단장비나 인력이 동원된 방역보다 국민 개인이 손을 열심히 씻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손을 어떻게 씻는 것이 좋을까. 손씻기에도 요령이 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손바닥이나 손등보다 손톱 주위를 열심히 비누로 씻어야 한다.

손톱과 살이 만나는 경계의 움푹 파인 부분은 각종 세균의 온상이다. 이 부위를 비누로 20초 이상 충분히 문질러야 세균이 죽는다.

손가락 사이에도 세균이 많으므로 손가락을 깍지끼듯 문질러가며 손을 씻는 것이 좋다.

손씻기 전용 비누를 따로 두는 것도 좋다. 보습력이 좋은 비누는 얼굴을 씻고, 세정력이 좋은 비누는 손을 씻는 데 사용한다. 비누는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마른 상태로 유지하고, 사용할 땐 가급적 거품을 많이 내는 것이 좋다. 물은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이 비누의 살균력을 높인다.

손을 씻은 후 물기를 닦을 땐 손가락 끝이 손목보다 위로 가도록 자세를 유지한다. 반대가 되면 손목 윗부분의 씻지 않은 부위에서 세균으로 오염된 물이 아래로 내려와 손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의 경우 특히 손의 위생이 중요하다. 용변 후 손씻기는 기본이며, 배탈이나 설사가 나면 조리를 바로 중단해야 한다. 손의 피부 주위에 상처나 염증이 난 경우도 식중독을 유발하는 포도상구균이 음식물에 묻게 되므로 조리를 중단해야 한다.

재채기나 기침할 때도 손을 보호해야 한다. 국립보건원 방역과 권준욱 과장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경우 바이러스에 오염된 침이 손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질 수 있다"며 "손보다 옷으로 가려진 소매 부위로 입을 막고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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