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히트친다 했더니…신사업마다 어김없는 ‘규제 건달’

중앙일보

입력 2020.1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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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같은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재활용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뉴스1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같은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재활용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뉴스1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하면서 일회용 폐기물도 늘고 있다. 오염된 일회용 그릇을 수거한 뒤 재활용할 수 있게 세척 후 대신 분리배출 해주는 스타트업이 등장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주무 부처에서 이를 막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지자체, 스타트업 사업 제동
용기 씻어서 재활용 해주는 서비스
“폐기물 수집업 허가부터 받아라”
서비스 시작하자마자 중단 시켜
업체 “생활 아이디어, 기계적 규제”

스타트업 커버링은 지난 9월 서울 광진구에서 ‘수거대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음식 주문이 늘어난 점에 착안했다. 음식을 다 먹고 난 뒤 남은 음식물 쓰레기와 용기를 수거하고, 용기는 세척한후 분리 배출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다. 예컨대 마라탕 같은 음식을 배달해 먹고 나면, 일회용 그릇에 고추기름 등이 묻어있는데 이를 수거해 음식물은 버리고 용기는 세척 후 말려서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려주는 식이다. 요금은 기본 1300원, 100g당 추가 100원이었다.

반응은 좋았다. SNS에 올린 광고 게시글만으로 3주 만에 50여 건의 주문이 들어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일부 언론에 서비스가 소개된 직후 관할 지자체로부터 연락이 왔다. 해당 지자체는 “생활 폐기물 수집·운반은 구청에서 입찰받은 대행업체만 가능하다”며 “계속 사업을 진행하고 싶으면 입찰을 받아서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거대장 서비스가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을 수집해 재활용이나 처분 장소로 운반하는 '폐기물 수집·운반업'에 해당하니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커버링은 서비스가 폐기물 수집·운반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항변했다. 폐기물 수집·운반업은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모아서 처분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고, 수거대장 서비스는 그 전 단계라는 의미다. 강성진 커버링 대표는 “우리는 가정집 쓰레기를 대신 씻어서 재활용 쓰레기장에 가져다 버려주는 서비스라 이후 쓰레기장에서 처분 장소까지 옮기는 수거·운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사업 영역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수거대장 서비스 광고게시글. [사진 커버링]

수거대장 서비스 광고게시글. [사진 커버링]

수거·운반업은 서울시의 경우 자치구마다 2년 정도에 한 번씩 입찰을 받아 4~5군데를 허가한다. 폐기물관리법 시행 규칙상 ‘밀폐형 압축·압착 차량 1대 이상’(특별·광역시는 2대 이상), 밀폐형 차량 또는 밀폐형 덮개 차량 1대 이상(적재능력합계 4.5톤 이상)을 보유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커버링은 이같은 차량을 소유할 이유가 없다.

커버링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문의했다. 하지만 환경부도 “수거대장도 타인의 폐기물을 수거·분리·세척하는 ‘처리’에 해당하므로  폐기물 수집·운반업 허가 또는 신고 대상”이라고 답변했다. “폐기물은 수집·운반·처분 등의 과정에서 불법투기되거나 침출수 등이 발생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적정처리 시설·인력·장비를 갖추고 허가받거나 신고한 자가 처리하는 게 원칙”이라는 얘기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분리수거 대행도 수거·운반업으로 허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8일 수거대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커버링 직원이 세척장에서 수거한 배달 음식 쓰레기를 세척하고 분류하고 있다. [사진 커버링]

지난 9월 18일 수거대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커버링 직원이 세척장에서 수거한 배달 음식 쓰레기를 세척하고 분류하고 있다. [사진 커버링]

석달째 서비스 중단 중인 커버링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샌드박스에 문을 두드렸다. 해당 서비스가 허가·승인 등이 필요한지 검토받는 규제 신속확인 절차다. 결과에 따라 규제샌드박스 신청도 검토할 계획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생활 속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서비스이고 이 서비스로 피해 보는 사람도 없는데, 기존 규제를 기계적으로 적용했다”며 “정부가 적극 행정으로 서비스를 허용할 수 있는데도 이를 막아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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