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이, 좋은 아침이에요.”
지난달 25일, 카카오 ‘2021 신입 개발자 공채’에 합격한 김건호(25) 씨의 카카오톡이 울렸다. 열어보니 ‘합격자 챗봇’(채팅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신입직원들에게 보낸 비대면 교육 ‘웰컴데이’ 알림이었다. 듀이(dewy)는 김씨가 카카오에서 쓰기로 한 영어 이름. 김씨는 일주일 전 카카오에서 미리 보내 준 직원용 맥북을 열었다. 알림에 첨부된 링크에 접속했더니 1년 먼저 입사한 크루(카카오 직원)의 라이브 방송(라방)이 시작됐다. '라방 오피스 투어’다. 카메라를 든 크루는 30분간 카카오 본사 건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소개했다. 오는 21일 정식 입사 예정인 김씨는 “온라인 교육이었지만 회사·직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들 비대면 신입 교육 #아바타 게임하며 팀워크 다지게 #챗봇 선배가 교육, 랜선 회식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신입사원 교육 방식도 바꾸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취업자 수가 9개월 연속 줄어들 정도로 채용시장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네이버·카카오·NHN 등 국내 주요 IT기업의 경우 신규 채용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입사하자마자 재택근무를 해야하는 신입사원들이 소속감을 갖고 적응할 수 있도록 빠르게 ‘비대면’ 교육을 도입했다.
카카오는 신입사원 환영 및 교육을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합격자 챗봇’도 처음으로 만들었다. 합격자 발표 후 영어 이름 선정방식, 교육일정 등을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신입사원 전용 서비스다. 카카오 입사 예정자 심효빈(25)씨는 “챗봇이 매일 다양한 메시지를 통해 내가 카카오 신입 크루라는 걸 잊지 않게 해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가상공간서 입사 동기와 인증샷
지난달 네이버에 입사한 개발자 이모 씨는 코로나19로 입사 직후부터 재택근무를 했다. 회사 동기들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회사가 이번 신입 개발자 교육에 도입한 ‘제페토 미션’ 덕분에 동기들과 이미 친해졌다. 제페토 미션은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개발한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 앱을 활용한 교육과정이다. 제페토에 있는 개인별 아바타로 라인 프렌즈 스토어 같은 네이버 서비스 관련 공간(맵)에 신입 동기들이 함께 방문하는 방식이다. 다 같이 가상공간을 둘러보고 인증샷을 찍거나 게임을 하는 등 회사가 준 미션을 수행했다. 이씨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온라인으로 친해진 동기들과 오프라인 모임도 가질 계획이다.
네이버는 내년에는 제페토 앱에 네이버 사옥(그린팩토리) 맵을 만들 계획이다. 신입 직원들이 제페토 앱에서 ‘사옥 투어’를 하도록 할 방침. 네이버 관계자는 “비대면 상황에 맞춰 신입 직원이 조직에 안착할 수 있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며 “회사 이해도를 높이고 동기 간 팀워크를 단단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중심”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소통법 강의
현재 신입 직원을 뽑는 중인 NHN은 내년 입사 후 열릴 환영행사를 비대면으로 한다. 입사 첫날 저녁을 먹으며 친해지는 자리인 ‘웰컴 나잇’을 올해는 ‘웰컴 런치’로 바꿨다. 배달앱이나 기프티콘을 통해 웰컴 나잇에서 먹었던 메뉴를 신입사원 집에 회사가 배달해주고, 화상회의를 하며 함께 먹는 ‘랜선 회식’이다. 또 신입 교육과정에는 기존에 없었던 ‘온택트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추가했다.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주로 소통하는 재택근무 시 발생할 문제와 예방법을 미리 교육하는 강의다.
회사 관계자는 "원활한 온라인 교육을 위해 신입 직원 전원에게 웹캠을 선물할 것"이라며 "온라인 교육으로 인한 참여도 저하를 막기 위해 상품을 주는 다양한 미션과 조별 랜선 회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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