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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환자 ‘본 뜨는’ 번거로움 끝…7조 세계시장 도전한 이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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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치과 장비업체 HDXWILL의 정홍 CTO가 구강 스캐너 리얼아치를 들고 있다. 김상선 기자

치과 장비업체 HDXWILL의 정홍 CTO가 구강 스캐너 리얼아치를 들고 있다. 김상선 기자

치아가 망가져 치과에 가본 경험자들은 안다. 크라운이나 충치·보철 치료를 하기 위해 정확한 치아 구조를 파악하는 데 쓰이는 이른바 ‘본 뜨기’의 고충이다.

치과 장비업체 HDXWILL정홍 CTO #“세계 4번째 CBCT·구강스캐너 개발”

석고 재질의 본(本)을 잠시 입에 무는 방식인데, 민감한 환자들은 구역질을 하기도 한다. 잘못 물면 본이 제대로 떠지지 않아 다시 새로 물어야 한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해당 본을 기공사에게 보낼 때 손상이 없도록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사후 관리(A/S)를 위해 본을 일정 기간 보관하는 것도 번거롭다.

이 같은 환자와 치과의사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디지털 장비가 나왔다. 치과 장비업체 HDXWILL은 5분간의 촬영으로 입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구강스캐너 ‘리얼아치(Real Arch)’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마이크 만한 크기의 스캐너로 입 안을 두루 촬영하면, 사진 한 장 한 장을 찍을 때마다 모니터에 그 모습이 담긴다. 이를 종합해 구강 구조를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단위로 완성하는 원리다.

완성된 구강 구조 촬영 사진은 기공사와 치과 의사가 실시간 공유한다. 촬영 자료만 디지털 장비로 공유하면 사후 관리에 드는 수고도 덜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환자의 만족도와 치의료계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게 HDXWILL의 설명이다.

리얼아치 개발을 주도한 정홍(36) HDXWILL 최고기술경영자(CTO)는 KAIST에서 메디컬 이미징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할 때 이 기술의 상용화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박사 학위는 27살 때인 2011년에 받았다. 서울과학고-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졸업한 과학영재 출신인 그는 “그 전까지는 막연하게 공부만 했는데, 이를 치의학 영상 진단 분야에 활용하면 한국 기업이 도전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치과 영상 분야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7조원이다. 독일·미국·핀란드 회사에 이어 CBCT(치과용 CT 촬영 장비)와 구강 스캐너를 함께 자체 개발한 기업은 HDXWILL이 세계 네 번째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도 노린다는 게 이 회사의 계획이다.

이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모두 100억여원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독자 기술이기도 하다. 정 CTO는 “CBCT와 구강 스캐너 기술을 모두 보유한 우리 회사의 장점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정확도와 편리함을 모두 제공하는 의료 솔루션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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