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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iCar 출시?…애플의 전기차 출사표에 떨고 있는 테슬라

중앙일보

입력

2025년, 이 차를 실제로 타게 될까? 애플 관련 정보가 공유되는 '맥루머스'에 올라온 애플 전기차 예상도. 사진 맥루머스

2025년, 이 차를 실제로 타게 될까? 애플 관련 정보가 공유되는 '맥루머스'에 올라온 애플 전기차 예상도. 사진 맥루머스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하나. 애플이 만드는 전기차 역시 같은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애플의 전기차 사업 핵심 관계자는 21일(현지시간) 익명을 전제로 로이터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차세대를 향한 혁신이 될 것”이라며 “2024년까지 출시하는 게 목표이고, 팬데믹으로 인해 2025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애플 관계자가 직접 전기차 생산 시점까지 못 박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이 출시할 전기차는 오롯이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프로젝트다. 2011년 사망한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롭다. 쿡은 2014년 전기차 팀을 꾸릴 것을 지시하면서 ‘프로젝트 타이탄(Titanㆍ거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자기기업을 넘어 자율주행 전기차까지 영토를 확장해 우뚝 서겠다는 포부를 담은 작명이다.

시장은 애플이 출시한 전기차에 대해 ‘애플 카’ 또는 아이폰(iPhone)처럼 ‘아이카(iCar)’라는 이름을 붙이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팀 쿡 애플 CEO. 로이터=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 로이터=연합뉴스

애플 전기차엔 자율주행 기능은 기본 장착이다. 의미심장한 건 핵심 기술이 배터리라는 점이다. 로이터가 인용한 복수의 애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셀 부피를 키워 용량을 늘리고, 배터리를 감싸는 파우치와 모듈은 없앤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한다.

동종업계의 구글도 웨이모(Waymo) 등 자율주행 전기차 택시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애플은 아예 업의 핵심을 정조준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애플은 개인용 차량을 대량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애플은 동시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배터리에 집중하고 기타 수만개의 부품 제조는 협력 제조사에 맡긴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차의 핵심으로 주행 도로의 3차원 뷰 인지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라이더 센서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했다. 애플의 아이폰12에 탑재된 것 이외에도 협력사들의 센서를 다중으로 부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런 결론은 애플 전기차 사업부가 지난 약 6년간 부침을 겪으며 내린 결론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은 더그 필드다. 전기차 업계에서 이미 진격의 거인으로 최고의 2020년을 보낸 테슬라의 핵심 인재였다. 필드는 2008~2011년 애플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다 2013년 테슬라로 옮겨 2018년까지 시니어 부사장으로 일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8년 4월 “필드 부사장에게 엔지니어링 부문을 맡기고 나는 모델3 생산에 집중하겠다”는 요지의 트윗을 올렸을 정도였다. 다음 달 필드가 테슬라를 그만둘 거라는 보도가 나오자 테슬라는 “그럴 일 없다”고 부인했으나 두 달 후인 그해 7월, 필드의 사임을 공식 인정했다.

필드는 애플로 다시 돌아와 부사장 직위를 받고 ‘프로젝트 타이탄’을 맡았다. 수백 명의 기술자를 해고하며 판을 다시 짰고, 그 결과 이번 타임라인을 제시했다. 필드는 애플엔 핵심 인재이지만 머스크에 뼈아픈 배신자인 셈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테슬라 주가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테슬라 주가 추이

머스크는 “테슬라는 자동차가 아니라, 바퀴를 장착한 세련된 컴퓨터 디바이스”라고 말해왔다. 그런 그가 애플의 강펀치를 맞게 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애플 측이 생산 시점까지 명시하며 전기차 진출 소식을 흘리기로 택일한 날짜가 21인데도 해석이 분분하다. 이날 테슬라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편입됐다.

올해 초 대비 현재 약 670% 폭등하며 승승장구하던 테슬라 주가는 애플의 일격 등의 영향으로 이날 전일 대비 45.14포인트(6.5%) 빠진 주당 649.86 달러(약 72만원)에 장을 마쳤다. 애플 주가는 주당 1.57달러(1.24%) 오른 128.23달러로 마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연합뉴스

머스크는 2016년 BBC 인터뷰에서 “애플이 전기차를 만드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하지만 최고의 전기차는 테슬라가 만들 것이고, 애플의 진출은 전기차 업계를 키워줄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러나 21일 애플의 출사표에 머스크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어 보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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