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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반대에 180억짜리 대구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 백지화

중앙일보

입력

대구시가 팔공산에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길이 320m 규모 출렁다리 조감도. [사진 대구시]

대구시가 팔공산에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길이 320m 규모 출렁다리 조감도. [사진 대구시]

대구시가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사업 추진계획을 결국 철회하기로 했다. 지역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를 끝내 설득하지 못해서다. 특히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팔공산 동화사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은 점이 대구시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22일 브리핑에서 “대구시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행환경 저해를 사유로 조계종에서 사업철회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 조계종(동화사) 소유 부지매입 또는 사용승인 없이는 현실적으로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점, 사업부지 확보 없이 공사절차 진행 시 감리비·공사비 등 사업비가 추가로 투입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일 조계종은 동화사 수행 스님의 수행 환경 저하를 이유로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사업의 철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대구시에 제출했다. 18일 대구시가 주최한 자문회의에서는 ‘조계종이 동의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사업추진이 어렵다’는 의견과 ‘잠정 유보해 재추진할 경우 새로운 갈등 유발 등 시민 피로감이 높아진다’는 의견 등을 이유로 사업철회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이 22일 대구시청에서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사업 추진계획 철회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이 22일 대구시청에서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사업 추진계획 철회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박 국장은 “앞으로 시민사회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팔공산의 생태‧환경, 역사‧문화 자원에 대한 가치 재조명을 통한 생태관광을 활성화하고 시‧도민의 숙원사업인 팔공산국립공원 추진 등을 통해 팔공산이 세계적인 명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진이 철회된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사업은 팔공산 정상 케이블카와 동봉(낙타봉)을 잇는 길이 320m, 폭 2m의 구름다리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조성이 됐다면 전국에서 가장 높고(해발 820m) 가장 긴 산악형 구름다리가 될 전망이었다. 사업비는 180억원으로 책정됐었다.

 대구시의 사업 철회 결정에 지역 시민단체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대구참여연대, 대구경실련 등 9개 단체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지난 5년간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의 강행 의지를 보였던 대구시가 불교계와 지역 시민사회를 통한 대구 시민들의 반대 의견을 수렴해 사업철회를 결정한 것에 환영과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이어 “팔공산 구름다리에 배정된 예산은 구름다리와 같은 토목개발 사업이 아닌 팔공산의 역사, 지질, 생태 가치를 알리는 데 집행하라”면서 “구름다리 사업 철회에 따른 갈등을 대구시 차원의 세심한 배려와 지원책을 통해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팔공산 구름다리 조성사업에 찬성해 왔던 팔공산상가연합회와 주민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대구시 발표 직전까지 동화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동화사의 반대 입장 공문 철회를 촉구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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