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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말고 만두도 있다…‘비비고 만두’ 글로벌 매출 1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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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대형마트에서 비비고 만두 시식행사를 펼치고 있다. 사진 CJ제일제당

프랑스의 한 대형마트에서 비비고 만두 시식행사를 펼치고 있다. 사진 CJ제일제당

글로벌 K-푸드 대표 주자인 ‘비비고 만두’, ‘신라면’ ‘초코파이’ 가운데 만두가 가장 먼저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7년 만에 매출 1조 달성 

CJ제일제당은 2013년 처음 출시한 자사의 ‘비비고 만두’가 올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약 1조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이 아닌 식품 단일 품목으로 연 매출 1조원 돌파는 비비고 만두가 처음이다. 식품은 다른 업종에 비해 단가가 낮아 단일 품목 연 매출 1조원은 업계에서 ‘마의 벽’, ‘꿈의 매출’로 통한다.

이번 매출은 국내와 해외를 합산한 금액이다. 특히 해외 매출이 6700억원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해 ‘수출로 번 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선 농심의 신라면, 오리온의 초코파이 등도 매출 1조원 달성 후보로 꼽아왔다. 실제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집에서 소비하는 먹거리 수요가 늘면서 올해 신라면은 8600억원, 초코파이도 44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중국 제품 누르고 미국시장 1위 

비비고 만두가 가장 공을 들인 곳은 미국 시장이다. 미국은 중국의 딤섬,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등 고유한 만두 문화를 가지지 못해 피가 두껍고 주로 고기로 속을 채운 중국식 덤플링이 만두를 대표하고 있었다.

미국 코스트코에서 판매중인 '비비고 왕교자'.

미국 코스트코에서 판매중인 '비비고 왕교자'.

이에 CJ제일제당은 2013년 미국 진출 때부터 대형 마트인 코스트코에 진입해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만두 형태인 ‘비비고 미니완탕’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동시에 ‘만두(Mandu)’로 표기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2018년부터는 중국 만두보다 피가 얇고 야채 등 다양한 소가 들어간 한국식 만두를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현지 소비자 입맛을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별도의 만두 연구·개발(R&D) 조직도 만들었다.

그 결과 비비고 만두는 미국 코스트코에서 25년간 미국 만두 시장을 독식해 온 중국의 ‘링링’을 제치고 2016년부터 만두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올해 미국 매출도 한국(3600억원)보다 많은 약 4200억원을 올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엔 미국 셰프나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이 만두를 ‘코리안 덤플링’이라고 하지 않고 한국말 그대로 ‘만두’라고 발음한다”며 “올해 부활절 추천 음식으로도 소개됐다”고 말했다.

유럽서 매년 61% 성장 

중국과 일본처럼 이미 자국의 대표 만두 브랜드가 있는 나라에선 젊은 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지난해 중국 징둥닷컴 만두 카테고리 1위,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큐텐(Qoo10) 식품부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의 한 대형마트 냉동고에 진열된 비비고 만두(가운데) 제품. 사진 CJ제일제당

일본의 한 대형마트 냉동고에 진열된 비비고 만두(가운데) 제품. 사진 CJ제일제당

유럽의 경우 아시아 식문화가 많이 퍼진 영국·프랑스·독일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했다. 현재 유럽 전역의 대형 유통채널 800여곳과 코스트코 34개 전 매장에 진출해 있으며 2018년부터 올해까지 영국·프랑스·독일 시장에서 연평균 61%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 시장은 지난해에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의 유통망을, 일본 시장 역시 지난해 5월 인수한 냉동 만두기업 ‘교자계획’의 영업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럽의 경우 소득 수준이 높은 스칸디나비아 3국(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과 베네룩스 3국(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에 새롭게 진출하고 기업간 거래(B2B)를 확대해 한식 만두의 저변을 넓힐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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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만두기술센터도 있다
한국 시장에선 보편적인 맛뿐 아니라 개인별 취향을 세분화한 ‘수제형 냉동 만두’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냉동 만두의 수준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해 신설한 글로벌만두기술센터는 비비고 만두만을 위한 설비와 표준을 만들어 해외 생산기지에 이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지화를 하더라도 ‘한국식 만두’의 정체성은 반드시 동일하게 지켜져야 한다”며 “이런 점을 표준화해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비비고 만두의 맛과 품질에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비고 만두 출시와 함께 내걸었던 ‘전 세계인들이 주 1회 한국 음식을 즐기게 하겠다’는 비전이 현실이 됐다”며 “앞으로 비비고 만두를 잇는 차세대 K푸드 탄생을 목표로 제품 개발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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