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6명씩 보내던 부산 명문 ‘장안고’ 내년부터 평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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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고 학생들이 과제연구의 일환으로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장안고]

장안고 학생들이 과제연구의 일환으로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장안고]

한해 서울대에 6~7명씩 입학해 부산지역 명문고로 꼽혔던 장안고와 장안제일고가 내년부터 평준화된다. 그동안 장안고와 장안제일고는 도농 지역에 있어 고교 평준화 예외 지역으로 분류돼 학교장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해왔다. 중학교 성적 상위 3% 이내 우수 학생이 입학하면서 사실상 ‘특수목적고’처럼 운영됐다.

장안제일고에 이어…‘입학 전형변경 취소’ 1·2심 패소 #부산시교육청 “2021학년도 신입생부터 평준화 선발” #학부모 반발에도 학교 측 “시교육청 지침 따를 수밖에”

 21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고법은 지난 18일 장안고 학부모와 재학생 등이 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입학 전형방법 변경 알림 취소 처분 행정소송’의 항소심 선고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지난 16일 장안제일고도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지난 7월 1심에서 장안제일고는 기각 판결, 장안고는 각하 판결이 내려지자 항소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1·2심 재판부는 “교육감 전형 학교 3곳(기장고, 신정고, 정관고)에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입학하고 있고, 일광·장안택지구역에 입주가 시작되면 학급 과밀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전형 변경으로 기장군 내 학교 수용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다. 시교육청의 재량권 남용이 있다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근 기장군에 신도시가 건설되고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도농 지역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또 학생 수가 계속 늘어 기장군에 있는 기존 고교만으로는 교실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에 장안고와 장안제일고 학부모는 반발하고 나섰다. 장안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김모(37)씨는“평준화로 전환되면 학교 수업 질이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2심 판결에 대한 상고 여부는 학부모들과 상의해봐야겠지만 내년부터 당장 평준화로 전환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장안고는 상고 여부와 관계없이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 전형방법을 교육감 배정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7월 장안고가 1심에서 패소한 후 평준화로 전환된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 전형방안을 통보한 상태”라며 “시교육청 지침에 따라 2021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 방법이 바뀌더라도 교육 과정은 변동이 없다는 게 장안고의 입장이다. 장안고 관계자는 “장안고는 2025년까지 교육부의 ‘과학 중점학교’로 지정돼 있어 과학에 특화된 교육 과정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알지만 학교는 부산시교육청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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