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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비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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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기헌 기자 중앙일보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시인 류시화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比目)을 소환해 사랑을 노래했다. 비목은 중국 당나라 시인 노조린(盧照隣)이 쓴 『장안고의(長安古意)』에 등장하는 전설의 물고기다. 노조린은 “비목과 원앙은 정말 부러워할 만하다(比目鴛鴦眞可羨)”며 사랑을 읊었다.

외눈박이는 아니지만, 눈이 나란히 붙은 비목어(比目魚)는 현실에 존재한다. 이 무렵 겨울철 횟감으로 인기인 광어(廣魚) 혹은 넙치가 대표적이다. 봄이 제철인 도다리도 비목어로 분류된다. 낚시꾼은 헛갈리는 두 물고기를 ‘좌광우도’로 구분한다. 광어는 왼쪽으로 눈이 쏠리는데, 도다리는 그 반대다.

비목어가 눈이 쏠린 상태로 태어나는 건 아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치어 상태의 비목어는 눈 쏠림 현상이 없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넙치는 수정란 시기나 부화 후 20일까지 다른 물고기와 겉모습이 다르지 않다.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눈을 두고 있다. 몸의 형태가 바뀌는 변태 과정이 관찰되는 건 부화 후 20~25일 사이다. 이때부터 몸이 점점 납작해지고 오른쪽 눈이 서서히 왼쪽으로 이동한다.

부화 후 30~40일 무렵에는 눈이 완전히 한쪽으로 돌아간다. 물속에서 헤엄치며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유영생활에서 해저 밑바닥에 엎드려 살아가는 저서생활로 바뀌면서 눈이 나란히 모인다. 모래나 펄 바닥에 몸을 숨기고 양쪽 눈을 모래 밖으로 노출해 먹이를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문학 속 비목어는 사랑을 상징하지만, 현실에선 정반대다. 단방향인 비목어의 시선은 큰 약점이다. 세상은 네 편과 내 편 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없다. 그럼에도 비목어의 시선에 매혹되는 건 단순명쾌함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을 향한 시선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값 폭등을 포함해 각종 사회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대통령은 바닥에 엎드려 지지율만 살피고 있다. “우리 대통령은 착한 임금님(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이란 비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사는 펄 바닥 어디에 묻어버린 걸까.

강기헌 산업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