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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잘못된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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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고대 한자와 갑골문 해석으로 유명한 일본 한문학자 시라카와 시즈카(1910~2006)에 따르면 ‘관리의 부정을 꾸짖어 책망한다’는 뜻의 탄핵(彈劾)은 주술적 의미에서 유래했다. 탄(彈)은 활시위를 울려 악령을 쫓는 ‘명현법(鳴弦法)’에서 온 말이고, 핵(劾)은 동물의 영령을 이용해 사악함을 물리치는 행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데이터베이스에서 ‘탄핵’을 검색하면 태종 3년(1403년) 기사가 처음 나온다. 의정부에서 청하길, “대간(감찰 업무를 하는 관리)은 전하의 눈과 귀인데, 세세한 일로 서로 탄핵하고 모함하여 정치가 아름답지 못하니 국가의 대사에 관계하거나 불법한 일 외에는 가볍게 탄핵하지 못하게 하소서”라고 했다.

일반 절차로 소추하기 힘든 공무원에 대해 의회 의결로 직무를 정지하거나 해임하는 절차가 확립된 건 14세기 영국에서였다. 영어로는 ‘impeachment’라 하는데, ‘족쇄를 채우다’ ‘금지하다’는 뜻의 라틴어 ‘impedicare’에서 유래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탄핵소추 제도는 여기에서 비롯돼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탄핵은 선출직·임명직 공무원의 직무를 정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지만 함부로 사용돼선 안 된다. 첫 번째 이유는 태종실록에 나오는 것처럼 남용될 우려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러선 더 큰 이유가 있다. 선출직의 경우 국민의 선택이, 임명직은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이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어서다.

잘못을 그대로 두는 것보단 바로잡는 게 용기 있는 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선택이 제대로 됐다면 수고와 혼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도 마찬가지다. 임명권자의 잘못된 선택은 있을 수 있고, 깨달았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역시 ‘잘못된 선택’임을 인정해야 한다. 탄핵이나 징계가 승리가 아니라 반성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검찰총장은 국회의 탄핵으로 해임할 수 있다. 현행 헌법 아래서 4번이나 발의됐으나 한 번도 가결에 이르지 못했다. 왜 징계를 택했는지 알만 하다. 징계가 옳은 결정이라면 임명권자의 선택이 틀린 것이고, 그른 징계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수고와 혼란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돼 있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