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열 중 아홉 "내년경기, 올해랑 비슷하거나 더 나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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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 10곳 중 9곳은 내년 경영계획 방향을 긴축경영이나 현상 유지 선으로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21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다. 조사는 전국 30인 이상 기업 212개 사를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기업 중 내년 경영계획을 ‘긴축경영’이나 ‘현상 유지’하겠다는 응답 비율은 각각 49.2%, 42.3%에 달했다. ‘확대경영’을 하겠다는 응답은 8.5%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는 경영계획을 세운 기업들의 얘기다. 조사 대상 기업 중 내년 경영계획의 최종안을 확정했거나 초안은 수립했다는 응답 비율은 61.3%에 그쳤다. 나머지 38.7%는 불확실성으로 초안도 수립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경기 불황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서울 신촌역 주변 상가에는 빈 점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김나윤 기자

경기 불황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서울 신촌역 주변 상가에는 빈 점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김나윤 기자

특히 ‘긴축경영’을 택한 기업들은 대내ㆍ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투자 축소와 인력 운용 합리화를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와 채용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올해보다 축소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60% 넘게 나왔다. 투자계획의 경우 ‘올해 대비 축소’라는 응답이 60.0%로 가장 많았고, ‘올해 수준’(30.0%), ‘올해 대비 확대’(10.0%)가 뒤를 이었다. 채용계획도 ‘올해 대비 축소’(65.4%), ‘올해 수준’(28.5%), ‘올해 대비 확대’(6.2%) 등의 순이었다.

한편 응답 기업의 44.8%는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 초과∼3.0% 이하’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8%였다. 기대만큼 빠른 경제회복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경영 여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전으로 회복되는 시점에 대한 질문엔 응답 기업의 37.3%가 ‘2023년 이후’를 꼽았다. 이어 ‘2021년 하반기’(23.1%), ‘이미 회복’(17.9%), ‘2022년’(13.2%), ‘2021년 상반기’(8.5%) 등의 순으로 답했다.

내년 영업이익은 응답 기업의 52.8%가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올해보다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응답은 27.8%, 올해와 유사할 것이란 기업은 19.3%였다. 경총 관계자는 “내년도 경영계획 초안조차 세우지 못한 기업이 열 곳 중 네 곳에 이를 만큼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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