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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댄스스포츠,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이 미뤄지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44)

댄스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댄스스포츠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시범 종목이었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댄스를 단순하게 유흥의 한 종류로 봤기 때문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시범 종목이 되면서 ‘스포츠댄스’라는 명칭이 ‘댄스스포츠’로 바뀌었다.

이미 댄스스포츠는 대한체육회의 정식 종목에 들어 있어 전국 체전과 장애인 체육대회의 정식 종목이다. 더 나아가 아시안 게임, 동아시안 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에 포함돼 있다. 201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청소년올림픽대회에 댄스스포츠, 가라데, 스포츠클라이밍이 새로운 종목으로 추가되었다.

그렇다면, 올림픽에도 댄스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입성할 자격은 되지만, 미뤄지고 있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가 보급성이다. 초창기 올림픽 시절에는 개최국에 유리한 종목이 주로 선정되었다. 1900년 파리 올림픽 때는 승마, 크리켓, 폴로 등 유럽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추가되었고 다음 대회인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이들 종목이 모두 제외되었다. 1964년 동경올림픽 때 유도가 정식종목이 되었고,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주최국의 자격으로 태권도를 시범 종목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올림픽 종목이 되어 메달을 목표로 부단한 노력을 한 선수가 있는데 다음 대회에서 제외된다면 그처럼 허망한 일은 없을 것이다. 개최국에 유리한 새로운 종목은 그제야 준비해봐야 역부족이니 눈뜨고 구경만 해야 할 판이다.

이 때문에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1989년 올림픽 정식 종목 선정 기준을 마련했다. 첫째 조건이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어야 한다’였다. 남녀 모두가 참가해야 하는 조건도 생겼다. 상업성도 무시 못 한다. 그래서 한때 올림픽 원조 종목인 레슬링이 지루하다며 퇴출 위기에 몰린 적이 있어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리우 올림픽 때는 골프와 럭비가 상업성을 인정받아 정식 종목으로 부활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시범 종목이 되면서 ‘스포츠댄스’라는 명칭이 ‘댄스스포츠’로 바뀌었다. 댄스스포츠는 대한체육회의 정식 종목에 들어 있어 전국 체전과 장애인 체육대회의 정식 종목이다. [사진 pxhere]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시범 종목이 되면서 ‘스포츠댄스’라는 명칭이 ‘댄스스포츠’로 바뀌었다. 댄스스포츠는 대한체육회의 정식 종목에 들어 있어 전국 체전과 장애인 체육대회의 정식 종목이다. [사진 pxhere]

이런 관례 때문에 아직도 개최국에 유리한 종목을 새로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일단 1년 연기한 동경 올림픽도 개최국의 입김으로 가라데를 정식 종목으로 집어넣었다. 아시안 게임도 개최국이 바뀔 때마다 세팍타크로, 쿵후 등 새로운 종목이 추가되곤 했다.

IOC도 나름대로 추가 종목 선정 기준은 있다. 하계 올림픽은 최소한 75개국, 4개 대륙 이상에서 남성이, 동시에 40개국 3개 대륙 이상에서 여성이 참여하는 종목이어야 한다는 올림픽 헌장이다. 동계올림픽은 겨울이 없는 나라도 많으므로 3개 대륙 최소 25개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 등이 있다. 막대한 인구의 이슬람 국가는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법률 또는 관습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이 정도의 융통성을 둔 모양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태권도는 보급 면에서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으므로 충분히 올림픽 정식 종목 자격이 된다. 한때 종주국인 우리나라 사람이 봐도 지루하고 판정도 애매하다는 평 때문에 퇴출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그 후 여러 가지 미비점을 보완해 정식종목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종목인 가라데의 등장으로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그렇다면 댄스스포츠의 보급률은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태권도만큼은 아니다. 댄스스포츠는 영국을 중심으로 100여 년 전에 체계가 이루어졌다. 스탠더드 댄스가 먼저 체계화되고 그 후에 라틴댄스 5종목이 체계화돼 10종목으로 모양을 갖추게 된 것이다. 라틴댄스는 룸바, 차차차의 쿠바, 삼바의 브라질을 고려하면 본산이 라틴아메리카지만, 영국에서 했기 때문에 대세는 유럽이다. 영국에서 벌어지는 국제 대회를 볼 때 북반구 국가가 주로 참가하고, 그것도 선진국 쪽에 치중되어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정도다. 다른 나라에도 앞으로 보급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슬람교를 믿는 중동 국가에서 커플 댄스가 성행할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보급률 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보급률이 떨어지다 보니 심사위원의 분포도 몇 나라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그 얘기는 곧 심사의 공정성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자국 선수에게 유리하게 팔이 안으로 굽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영국, 미국, 이탈리아 등 댄스스포츠 강국의 선수들이 메달을 독식할 것이 예상된다.

댄스스포츠가 아직 하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들어서지 못했으나 시범 종목으로 일단 선을 보였고 가능성도 보인 것은 사실이다. 댄스스포츠가 엄연히 스포츠라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pixabay]

댄스스포츠가 아직 하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들어서지 못했으나 시범 종목으로 일단 선을 보였고 가능성도 보인 것은 사실이다. 댄스스포츠가 엄연히 스포츠라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 김연아 선수가 활약했던 피겨스케이팅도 판정에 말이 많지만, 그나마 세부적으로 규정 기술에 대한 기술 점수가 있다. 댄스스포츠에서 그렇게 규정 기술을 뽑아 루틴에 넣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댄스의 대중화를 선언하면서 파트너를 위로 들어 올리는 리프팅(Lifting) 같은 위험한 동작은 금지하다 보니 평가 기준의 기술을 뽑아내기가 더욱 어렵다. 복싱이나 태권도처럼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가려지는 것도 아니고, 육상이나 수영처럼 기록경기도 아니다. 사람이 주관적인 잣대로 선수를 평가할 수도 있는 애매함이 있다는 것이 약점이기도 하다.

하계 올림픽에 매번 새 종목이 추가되면서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 올림픽 개최국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댄스스포츠는 지금 아시안 게임에서 하는 방식으로 하면 종목별 메달이 수여되어야 하므로 10개의 금·은·동 메달이 필요하다. 댄스스포츠 초기에는 10명의 댄스 챔피언도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스탠더드댄스와 라틴댄스의 전문화가 뚜렷해져 한 커플이 10개 종목을 다 잘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라틴댄스 5종목, 스탠더드 5종목으로 2개의 메달을 추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단체로 춤을 추는 대형도 추가할 수 있다. 국내대회처럼 라틴, 스탠더드를 각각 2종목, 3종목, 4종목까지 따로 만들기는 어렵다.

댄스스포츠가 아직 하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들어서지는 못했으나 시범 종목으로 일단 선을 보였고 가능성도 보인 것은 사실이다. 댄스스포츠가 유흥 오락의 한 수단이 아니라 엄연히 스포츠라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 댄스스포츠가 생활체육이기도 하지만, 엘리트 체육과 예술성까지 가지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면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은 댄스스포츠의 발전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교 체육법, 학원법 등 관련 법률도 그에 맞춰 변화하게 될 것이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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