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푸틴, 나발니 거명 안한 채 “죽이려고 했다면 죽였을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68) 러시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아직 접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 독극물 테러 의혹 거듭 부인 #"아내 요청 즉각 허락해 베를린으로 보내" #"특정 연령대 아니어서 백신 접종 아직 못해" #러시아에선 16~60세 접종 진행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화상으로 연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화상으로 연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1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한 연례 기자회견에서 스푸트니크V의 안전성과 효능을 강조하면서도 “나는 접종 대상자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백신(스푸트니크V)은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면서 “접종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일반에 보급된 백신은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18~60세 연령대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해온 스푸트니크V는 임상 참가자 연령대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만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68세로 접종 대상자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은 “나는 법을 지키는 시민으로, 전문가들의 권고를 듣기 때문에 아직 접종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접종이 가능해지면 이른 시일 내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국민에게 대규모 접종도 촉구했다. “대규모 접종은 세계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라며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을 이루도록 백신 접종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8월 스푸트니크V를 세계 최초로 승인하고, 이달 초부터 국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그러나 백신 개발 최종 단계인 3상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접종을 강행해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 요원, 나발니 죽이려 했다면 죽였을 것”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反)푸틴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 지난 8월 독극물 테러로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깨어난 그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목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反)푸틴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 지난 8월 독극물 테러로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깨어난 그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목했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극물 테러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나발니 이름을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를 독살하려 했다는 서구 언론의 보도와 관련된 질문에 “죽일 생각이었다면 죽였을 것”이라면서 러시아 정부의 ‘독극물 테러’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서구 언론과 나발니가 합동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비밀 요원들이 베를린 병원에 있는 환자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요원들이 그 환자를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베를린 병원에 있는 환자는 나발니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오히려 러시아 요원들이 미국 요원들의 위치 추적을 당하고 있지만, 존재를 숨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왜 굳이 그를 중독시켜야 하겠나”라고 반문하며 “어차피 그는 누구에게도 필요 없다. 만약 우리 요원들이 그를 죽이려고 했다면 아마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치료를 위해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해달라는 그의 아내의 요청을 즉시 허락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서구 언론의 보도는 러시아 지도자를 공격하려는 속임수”라고 거듭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 8월 20일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독일로 긴급 이송됐다. 이후 독일 정부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나발니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구소련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의식을 되찾은 나발니는 러시아 정부를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현재 독일에 머무르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