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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유가 뛰면 전기료 걱정…“탈원전 비용 소비자에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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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확정했다. 국제 유가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도 비싸지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다. 한전이 태양광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 등에 쓴 비용은 별도 항목으로 구분해 소비자에게 전기요금으로 부과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계산한 전기요금 고지서는 내년 1월부터 나온다.

내년부터 전기요금·연료비 연동제 #여론 반발 피하려 유가 하락 때 개편 #원전 축소로 화력발전 등 비중 증가 #신재생에 쓴 비용은 별도항목 부과

전기요금 개편 방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기요금 개편 방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이 17일 발표한 전기요금 개편안의 핵심은 연료비 연동제(연료비 조정 요금제) 도입과 기후환경요금 분리·고지다. 연료비 연동제는 화력발전 연료로 쓰는 석유·가스·석탄 가격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석탄발전 감축에 들어간 비용(기후환경요금)은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항목을 구분해 소비자에게 알려준다. 현재 이런 비용은 전기요금에 뭉뚱그려져 들어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 한전은 지난 16일 임시 이사회에서 전기요금 개편안을 결정했고, 산업부는 17일 전기위원회를 열어 개편안을 승인했다. 시행 시기는 내년 1월이다.

연료비 따른 전기요금 부과 방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료비 따른 전기요금 부과 방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당장 전기요금에 큰 변화를 주는 건 연료비 연동제다. 지금 같은 저유가 시기에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면 소비자들은 당분간 전기요금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정부는 국제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기 전에 전기요금 체계를 손질하는 게 여론의 반발을 피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와 한전은 한 달에 350㎾h를 쓰는 4인 가구라면 내년 1월 전기요금은 5만4000원으로 현재(5만5080원)보다 1080원 내려갈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효과 등으로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면 국제 유가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전기요금도 따라서 오른다. 17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전의 주가는 전날보다 10.17% 뛰어오른 2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2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장기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은 커지겠지만 한전의 수익성은 좋아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바뀌는 전기요금 고지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바뀌는 전기요금 고지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와 한전은 두 종류의 연료비를 계산한 뒤 서로 비교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연료비 연동제를 운영한다. 비교 대상은 기준 연료비(직전 1년 평균 가격)와 실적 연료비(직전 3개월 평균 가격)다. 기준 연료비가 실적 연료비보다 비싸면 전기요금을 내리고, 실적 연료비가 기준 연료비보다 비싸면 전기요금을 올리는 식이다.

이번 개편안에 포함된 기후환경요금 분리·고지는 당장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내리는 요인은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탄소중립 2050’ 선언과 탈원전 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낼수록 소비자의 부담도 커진다. 원자력발전을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만큼 다른 방식으로 전력을 비싸게 생산할 수밖에 없는데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셈이다. 내년 1월에 적용하는 기후환경 요금은 ㎾h당 5.3원으로 전체 전기요금의 4.9% 수준이다. 한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의무 이행 비용,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1인 가구 등의 전기요금은 내년 7월부터 오른다. 정부가 월간 사용량 200㎾h 이하 가구에 월 4000원을 깎아주는 제도(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년 7월부터는 2000원만 깎아주고 2022년 7월부터는 한 푼도 깎아주지 않는다. 다만 취약계층은 예외다.

세종=조현숙·김남준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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