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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직, 결국 답정너였다" 검찰도 법조계도 前총장도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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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전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을 방문,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대전 검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전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을 방문,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대전 검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새벽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사상 초유의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리자 검찰과 법조계가 들끓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 징계 절차를 묵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볼멘소리부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라)' 결론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검사들의 집단 행동도 다시 시작됐다.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예고된 쟁송절차에서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준의 짜 맞추기 징계 결과를 내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 최고 책임자에게 간청, 숙고해달라"

김경목 수원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을 직격했다. 김 검사는 "법무부 장관은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검찰을 포함한 국가공무원의 최고 인사권자이자 국가 행정권의 최고 책임자에게 묻고 간청하고 싶은 게 있다"며 "이와 같은 절차와 사유로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것이 약속했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일환인가. 이번 사례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건 아닌지 숙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결과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검찰 내부망을 통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며 "그렇게 '공정'을 이야기하더니 결국 '답정너' 였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최소한의 양심을 기대한 내가 어리석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집행행동이 다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 35기 부부장검사들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지난달 24일자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는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뤄져 절차적 정의에 반하고, 검찰개혁 정신에도 역행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후 이뤄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 징계 사유가 부당한 것은 물론 징계위 구성부터 의결에 이르기까지 징계 절차 전반에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존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대통령이 강조한 '절차적 공정'은 형해화됐다"며 "이러한 징계는 검찰총장 임기제를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권력기관 개혁' 합동브리핑을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권력기관 개혁' 합동브리핑을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 수사 검사들 다음 인사서 내쳐질 것…무력감 느껴"

불공정하다고 평가받는 인사들의 징계 결정으로 검찰 수장이 내쳐지는 것을 목격한 검사들은 "두렵고 무력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 지방의 간부급 검사는 "이번 과정에서 생각의 차이를 서로 이해하거나 좁힐 수 있는 설득의 작업이 전혀 없었다"며 "다음에는 인사 조치를 통해 권력에 불편한 수사를 하는 검사들을 내칠 게 뻔한 상황이라 구성원들이 점점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징계 사건의 제보자·검사·판사에 이어 증인까지 역할까지 해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한 현직 검사는 "무엇보다 심 국장의 원맨쇼가 터무니없고,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일등공신"이라며 "징계위 과정과 결론 모두 공명정대하고 명쾌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 국장은 윤 총장 징계 청구의 주요 사유였던 대검의 '주요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을 제보하고, 징계 절차와 윤 총장 수사 의뢰 및 대검 압수수색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10일 1차 심의에서 징계위원으로 참여해 기피 신청 기각 정족수를 채워준 뒤 회피했다. 당초 이날 심의에서 증인으로 참석하려 했지만, 징계위가 입장을 바꿨다. 심 국장은 대신 자신의 입장을 진술서 형태로 제출했다. 심 국장은 진술서에서 "윤 총장은 사조직 두목에나 어울리는 사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검찰 독재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2차 심의 결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2차 심의 결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노무현 인사 포함한 전직 검찰총장 9명 "징계절차 중단돼야" 

이쯤 되니 전직 검찰총장들까지 나섰다. 전직 검찰총장 9명은 이날 공동성명서를 통해 “이러한 데까지 이르게 된 상황 전반이 법치주의에 대한 큰 오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징계절차는 우리 국민이 애써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의 시작이 될 우려가 너무 크므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 성명에는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인 김각영 전 총장 이후 임명된 검찰총장들이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 때 검찰총장에 임명된 송광수·김종빈·정상명·임채진 전 총장이 모두 참여했고 한상대·채동욱 전 총장만 빠졌다.

법조계에서도 징계위가 인정한 4개 징계 혐의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징계위가 실체를 밝혀내는 것에 대해 자신이 없으니까 향후 법원에서 징계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수준의 징계를 짜 맞춘 것"이라며 "집행정지 신청은 사건의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의 우려가 있거나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인용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 측은 이날 정직 2개월 처분에 대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징계위 처분 취소 소송과 본안 판결 전까지 처분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광우·나운채·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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