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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모더나 백신 매우 효과적"···화이자 이어 승인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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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로고 앞에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쓴 백신 약병이 놓여있다. 모더나 백신은 이번주 미 FDA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더나 로고 앞에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쓴 백신 약병이 놓여있다. 모더나 백신은 이번주 미 FDA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바이오기술 기업 모더나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비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매우 효과적(highly effective)"이라는 내용의 검토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라 모더나 백신은 이번 주에 FDA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화이자 백신에 이어 미국 전역에 배포될 것으로 전망된다.

FDA, 모더나 데이터 검토 자체 보고서 내놔 #예방율 94.1%…"승인 못할 안전 문제 없어" #모더나 "무증상 감염도 막아 전파 차단" #일반 냉장고 보관 가능, 농촌 접종 확대

FDA는 54쪽짜리 보고서에서 모더나 백신이 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94.1%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주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화이자 백신의 95%와 비슷한 수준이다. 예방률은 18~64세 연령에서 95.6%, 65세 이상에선 86.4%로 각각 나타났다.

배리 블룸 하버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면서 "모더나 백신이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약간 효과가 떨어질 수 있지만, 알아채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백신의 안전성과 관련해선 FDA는 "긴급사용 승인서를 발행하지 못할 만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모더나 "무증상 감염도 예방"…FDA "데이터 충분치 않아"

모더나는 FDA에 제출한 문서에서 화이자 백신과 달리 자사 백신은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을 억제해 중증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점을 입증했지만, 모더나 백신은 증상 있는 감염뿐 아니라 무증상 감염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1차 백신 또는 위약을 접종한 뒤 2차 접종 전 코로나19 검사를 했더니 52명이 무증상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 대부분 위약 그룹에서 나왔기 때문에 백신이 감염을 예방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백신이 단순히 질병의 증상을 예방하는 게 아니라 무증상 감염과 전파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FDA는 자체 검토 보고서에서 "백신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았는지를 평가할만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화이자 로고 앞에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쓴 약병이 놓여있다. 화이자 백신은 지난주 미 FDA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이번주부터 미국에서 출시됐다. [AFP=연합뉴스]

화이자 로고 앞에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쓴 약병이 놓여있다. 화이자 백신은 지난주 미 FDA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이번주부터 미국에서 출시됐다. [AFP=연합뉴스]

일반 냉장고 보관…미 전역 보급 가능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 백신과 예방 효과는 비슷하지만, 운송 보관 조건과 접종 대상·방법이 다르다. 두 백신 모두 2회 접종해야 면역 효과가 있는데, 화이자는 21일 간격으로, 모더나는 28일 간격으로 맞아야 한다.

화이자 백신은 16세 이상에 접종하도록 승인받았지만, 모더나 백신은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긴급사용 승인도 이 연령을 대상으로 신청했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운송 및 보관이 가능하다. 특수 냉동고 설치 등 부담을 덜 수 있어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이나 보건소, 개인병원 등으로 백신 보급 범위를 넓힐 수 있다.

폴 듀플렉스 피츠버그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모더나 백신의 장점은 화이자처럼 특수 냉동시설이 필요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넣는 일반 냉동고로도 충분해 물류가 훨씬 간편해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과 마찬가지로 모더나 백신도 대부분 접종자에서 약간의 열과 두통, 근육통, 피로감과 주사 맞은 부위 통증 등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일시적이었으며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다.

백신 효과는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등 인종이나 성별, 비만·당뇨 등 기저질환 보유 여부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미 행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지 않은 화이자와 달리 모더나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개발됐다. 미 국립보건원(NIH)과 함께 개발을 시작했으며, 연방정부 자금 25억 달러(약 2조7300억원)를 지원받아 원료를 사들이고 공장을 증설했다.

17일 자문위 소집, 19일 FDA 승인, 21일 배포 예상 

이날 FDA 보고서 발표는 모더나 백신 긴급사용 승인 검토를 위한 첫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FDA의 외부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17일 회의를 열고 승인을 권고할지 검토한다. 미 언론은 자문위가 권고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자문위 권고를 받은 다음 날인 18일 FDA는 모더나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을 내줄 예정이라고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FDA 승인이 나는 대로 모더나는 백신을 출시할 계획이다. 미 정부의 백신 개발·보급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 최고운영책임자인 구스타브 퍼나 미 육군 장군은 전날(14일) 기자회견에서 "FDA가 승인하면 첫 주에 모더나 백신 600만 도스를 미국 전역 3285곳에 배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화이자가 출시한 초도물량 290만 도스의 두 배가 넘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여름 모더나와 내년 1분기까지 백신 1억 도스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으며, 지난주에는 내년 2분기에 추가로 1억 도스를 공급받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인 1억5000만 명 백신 접종 

내년 1분기까지 1억 도스를 받기로 한 화이자 백신까지 합치면 미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백신 3억 도스를 확보하게 된다. 1인당 2회를 맞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인구(약 3억3000만 명)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1억 5000만 명이 백신 접종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가능하면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ABC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할 때 완전히 보호받아야 한다"면서 "안보상 이유로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접종하라고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접종할 것을 권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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