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에 자영업자 등이 최악의 한 해를 보내는 가운데 병·의원 등 같은 업종 안에서도 세부 분야에 따라 매출 실적이 엇갈렸다.
하나은행의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6일 낸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연구소는 지난해 1~10월과 올해 1~10월 신용·체크카드 매출 데이터를 230개 업종별로 비교했다.
피·안·성, 정신과에 환자 몰렸다
세부업종별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 업종은 의료업이다. 의료업계 중 정신건강의학과의 올 1~10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서다. 안과(+24%), 성형외과(+10%), 피부과(+10%)도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전염병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미용 수술과 시술을 많이 받은 영향이다.
반면 이비인후과의 1~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고 소아청소년과(-10%), 종합병원(-6%), 한의원(-2%)도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웬만하면 병원을 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조성된 데다 시민들이 손 씻기 생활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해 감기 같은 유행성 질환이 줄었기 때문이다.
자동차학원·오토바이·자전거 매출 ‘UP’
학원업종 가운데는 자동차운전학원이 코로나19의 유일한 수혜를 봤다. 운전학원의 올해 10월까지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19% 증가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대중교통보다는 개인 이동 수단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자전거 판매점과 오토바이 판매점 카드 매출도 지난해 동기 대비 각 92%, 55% 늘었다.
반면 무술 도장은 코로나 1차 유행 때인 지난 3월 한달 매출이 지난해 동월 대비 83%나 줄었다. 외국어학원도 지난 3월 매출이 56% 감소했다. 예체능계열학원은 3월 매출이 63% 빠졌지만, 2차 유행 여파가 지속하던 10월에는 오히려 7% 늘었다. 대학 입시를 앞둔 영향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때문에 바뀐 음주 문화도 카드 데이터로 확인됐다. 일반주점과 단란주점, 유흥주점 등의 1~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0% 떨어졌다. 반면, 주류전문점은 오히려 35% 더 벌었다. 특히 코로나19의 2차 확산세가 거세던 9월에는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매출이 83%나 올랐다. 술을 사와 집에서 마시는 ‘홈술’ 유행이 퍼진 결과다.
재택근무 증가와 야외활동 자제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사람이 많아졌고, 가구판매점과 실내 인테리어 업종 매출도 각각 25%, 1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비대면 추석' 기간엔 고향 방문 대신 자전거 판매점(+137%), 낚시·골프용품 판매점(+72%), 골프장(+50%) 같은 레저 관련 업종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철도(-46%), 고속도로 통행카드(-55%)는 이용금액이 크게 줄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