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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 밤 8시께 “1시간 내 최종변론” 통보…윤측 반발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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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15일 오전 출근하다가 정문 앞에서 잠시 차에서 내렸다. 윤 총장은 지지자들에게 “오늘부터 강추위가 시작되니까 나오지 마시라. 마음으로 감사히 받겠습니다”고 말한 뒤 청사로 향했다. 윤 총장은 이날 열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짝찌 TV 캡처]

윤석열 검찰총장이 15일 오전 출근하다가 정문 앞에서 잠시 차에서 내렸다. 윤 총장은 지지자들에게 “오늘부터 강추위가 시작되니까 나오지 마시라. 마음으로 감사히 받겠습니다”고 말한 뒤 청사로 향했다. 윤 총장은 이날 열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짝찌 TV 캡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15일 서울 서초동과 과천은 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심의가 길어지면서 3차 심의 가능성이 제기되더니 징계위가 속전속결로 절차를 밀어붙이면서 삽시간에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 측은 몇 차례나 이의를 제기했지만 징계위는 모두 일축했다.

낮에는 심문 길어지며 순연 예상 #저녁되자 속전속결 분위기로 #윤 총장, 출근길 지지자들에 인사 #“강추위 시작, 이제 나오지 마시라”

윤 총장 측은 이날 징계위원장 직무대리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에 대한 기피신청으로 징계위를 시작했다. 정 교수에 대해서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가 이뤄졌던 지난달 24일 이후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의해 위촉됐다는 사실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공정성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신 검사장에 대해서는 ‘채널A 사건 관계자’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징계위는 별도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기피신청을 전부 기각했다. 징계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예비위원을 충원해 징계위원을 총원인 7명으로 늘려 달라”는 윤 총장 측 요청도 거부했다.

징계위, 심재철 증인 심문 취소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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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는 직권으로 증인 채택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 자체 판단에 따라 증인 심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심 국장은 윤 총장 징계 청구의 핵심 사유였던 대검의 ‘주요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제보자로 지목돼 있다. 그는 또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와 수사 의뢰 작업을 진두지휘했고, 대검 감찰부의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징계위는 이날 심 국장의 입장이 담긴 진술서를 받고 현장 증인 심문을 취소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가 열리는 법무부 건물에서 일하고 있으면서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위증죄를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고 반발했다.

한 검찰 간부는 “위증죄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을 고려해 판사 문건 유출 경로와 관련한 구체적 진술을 피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에서는 이와 관련해 징계위 발언들을 기록한 서류에 책임자가 서명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서(調書)처럼 법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후에는 증인 심문이 시작됐다. 증인으로 채택된 8명 중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류혁 법무부 감찰관,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이날 출석했다. 심재철 국장은 증인 신청이 취소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심문 절차는 징계위원뿐 아니라 변호인 측도 참여해 모두 질문하고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당일 심문 종료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진행은 빨랐다. 오후 8시쯤 증인 심문을 마친 징계위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의견서 등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결론 도출을 다른 날로 미루자”는 윤 총장 측 요청을 거부한 채 “1시간 이내에 최종 변론을 하라”고 최후 통첩했다. 윤 총장 측은 이에 반발해 최종 변론을 거부한 채 퇴장했다.

윤 측 “정직이든 해임이든 소송할 것”

윤 총장은 첫 심의에 이어 이날도 징계위에 출석하지 않고 대검찰청으로 출근했다. 그는 출근길에 대검 앞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 구호를 외치던 시민들을 보고 관용차에서 내려 20초 정도 짧게 인사를 나눴다. 윤 총장은 “그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하지만, 오늘부터 강추위가 시작되니 이제 여기 나오지 마시라. 이제 그만하셔도 마음으로 감사히 받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판단이 내려지는 대로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윤 총장 측 변호인들은 징계위 직후 “법무부가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징계절차 자체가 위법하고 부당한 절차라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법무부 징계에는 실체가 없으며 정직이든, 해임이든 누명이라 생각한다”며 “징계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 무효 소송을 함께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 측은 지난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 때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재판장이던 조미연 부장판사는 결정문에 검찰총장의 독립성을 상당 부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데 이어 해임, 정직 처분 시 참고삼을 만한 내용도 적시했다. “직무배제의 효과는 검찰총장 및 검사로서의 직무 권한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 해임·정직 등 중징계 처분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와 효력정지를 긴급히 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문구다. 윤 총장 측은 해임이나 정직 처분 역시 효력정지의 심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낸 문구라고 해석하고 있다.

전직 고위 공무원의 징계 사건을 맡고 있는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해당 결정문은 윤 총장 징계 집행정지 소송의 한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윤 총장 측에 유리한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도진기 변호사는 “전례가 없는 사건인 데다 검찰총장이란 직의 무게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강광우·김민상·박태인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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