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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수칙 어긴 종사자가 감염원"…김제 요양원서 이틀새 '62명 확진'

중앙일보

입력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2명 발생한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원 모습. 연합뉴스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2명 발생한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원 모습. 연합뉴스

"요양원 출퇴근하는 종사자가 내부 전파"

전북 김제시의 한 요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62명이 무더기로 발생했다. 80대 입소자 2명이 발열 증상 등을 보여 종합병원에 갔다가 확진 판정을 받자 보건당국이 해당 요양원에 대해 전수 검사를 한 결과 종사자와 입소자 60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북 김제 가나안요양원 집단 감염 #입소자·종사자 123명 중 62명 확진

 전북도는 15일 "김제시 황산면 가나안요양원에서 전날부터 이틀간 6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종사자 54명과 입소자 69명 등 123명 가운데 원장 1명, 종사자 18명, 사회복무요원 1명, 입소자 40명, 가족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북도 보건당국은 요양원으로 출퇴근하는 종사자들이 방역수칙을 어겨 집단 감염으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에서는 지난 14일부터 15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가나안요양원 확진자 62명을 포함해 7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도내 누적 확진자는 585명이 됐다.

 전북도에 따르면 노인의료복지시설 및 장기요양기관으로 분류된 가나안요양원에는 사회복지사와 물리치료사·요양보호사·조리원 등 종사자 54명과 입소자 69명 등 총 123명이 생활해 왔다. 모두 72개 병상(2인실 3개, 3인실 18개, 4인실 3개)이 있으며, 발병 당시 실제 요양원에 있던 입소자는 휠체어 환자 29명, 와상 환자 18명, 거동 가능 환자 16명 등 63명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입소자 6명 중 5명은 최근에 다른 병원에 입원했고, 1명은 사망했다.

15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2명 발생한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원 입구가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2명 발생한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원 입구가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80대 입소자 2명 양성→60명 추가 확진

 가나안요양원에서 최초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 14일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A씨(84·여)와 B씨(87·여) 등 80대 입소자 2명은 각각 지난 12일과 13일 식은땀과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전주예수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환자는 각각 요양원 302호와 308호에 입원한 상태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전북도 보건당국은 즉각 가나안요양원에 의료진 등 인력 12명을 파견해 방역 소독과 함께 전수 검사에 들어갔다. 15일 오전 10시 현재 97명(종사자 32명, 입소자 63명, 가족 2명)에 대한 검사를 마친 상태다. 요양원에 대해서는 집단격리(코호트) 대신 폐쇄 상태에서 행정요원 1, 2명이 시설을 관리할 방침이다.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이 15일 ″김제 가나안요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62명 발생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이 15일 ″김제 가나안요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62명 발생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방역수칙 지켰다면 있을 수 없는 일"

 보건당국은 가나안요양원 확진자 62명은 도내 감염병 전담 병원에 이송하고, 음성이 나온 입소자 23명에 대해서도 잠복기 동안 전문 의료진이 있는 군산의료원과 남원의료원에 분산·격리할 예정이다.

 가나안요양원은 전북도 보건당국이 지난달 20일 전수 검사를 했을 때 종사자와 입소자 전원이 음성이 나왔던 곳으로 파악됐다. 보건당국은 가나안요양원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원인으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종사자들의 안일한 환자 관리를 꼽았다.

15일 요양원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전북 김제시체육관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요양원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전북 김제시체육관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밀폐·밀집·밀접 환경' 요양시설 취약"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은 "마스크를 적절하게 착용했는지나 음식을 섭취하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야 하는 등 방역수칙을 지켰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방역당국은 요양시설이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이유로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을 꼽아 왔다. 앞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14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의 경우 다인실 위주의 운영으로 높은 밀폐도와 밀집도가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며 "보호자와 간병인이 자주 교체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시설 내로 유입돼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전북도 보건당국은 가나안요양원발(發) 추가 확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은 가나안요양원 사회복무요원 1명과 접촉한 친구도 양성이 나와서다. 보건당국은 이 친구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김제시 용지면 애린양로원(종사자 13명, 입소자 47명)과 인근 풀꽃세상요양원(종사자 17명, 입소자 29명)에 있는 종사자와 입소자에 대해서도 전수 검사에 들어갔다.

송하진 전북지사가 15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확진자 62명이 쏟아진 김제 가나안요양원 집단 감염 발생 관련 대도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송하진 전북지사가 15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확진자 62명이 쏟아진 김제 가나안요양원 집단 감염 발생 관련 대도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송하진 "김제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앞서 송하진 전북지사는 이날 대도민 호소문을 통해 "김제시는 인구가 적고 요양원은 그 특성상 접촉자의 범위가 다양해 감염을 최대한 차단하고 조기에 안정시키려면 특단의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 시각부터 김제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고, 도내 요양원 225곳과 요양병원 80곳 종사자 모두에게 '방역수칙 준수 행정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김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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