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원 "강제 격리를" 서울시 "대상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환자에 대한 격리조치가 겉돌고 있다. 자택격리에 불응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지만 강제격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방역당국과 격리 집행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입국한 30대 남자 A씨는 고열.기침 증세로 입원해 퇴원했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반응이 나오자 재입원했다. A씨는 증상이 없어져 19일 퇴원해 1주일간 자택격리됐지만 자주 외출하는 등 격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결국 국립보건원은 A씨를 강제로 격리시설에 입원시키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환자가 사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지 1주일이 넘었다는 이유로 이에 따르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A씨는 지난 11일 이후 사스 유사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격리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움직이지 않자 결국 보건원이 직접 나섰다. 반발하는 A씨에게 격리병원 담당자를 보내 오랜 시간 설득한 끝에 24일 오전에야 겨우 격리병원에 재입원시켰다.

보건원은 강제격리 이유에 대해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반응자로 2차 전파 가능성이 있는데다 아직 자택격리 조치기간인 1주일을 채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건원은 앞으로도 의심환자들이 자택격리에 불응할 경우 경찰력을 동원, 격리시설에 강제수용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스 의심환자에 대한 강제격리 조치는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 현행 전염병예방법은 콜레라와 페스트 등 1종 전염병에 대해서만 강제격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사스는 4군 전염병이므로 현행법에선 환자를 강제격리할 수 없다. 다만 보건당국은 법이 개정될 때까지 사스를 1종 전염병에 준해 방역 및 격리조치를 하고 있다.

보건원 권준욱 방역과장은 "법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전염위험이 높은 사스 의심환자를 방치할 수는 없다"며 "4군 전염병도 강제 격리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