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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한방 치료비 1조...獨선 11㎞이하 사고는 보험금 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부 교통사고 경상 환자들의 한방병원 쏠림 현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 사고 자료 사진. 셔터스톡

자동차 사고 자료 사진. 셔터스톡

보험개발원은 최근 발표한 ‘주요국 자동차보험 경미 사고 피해자 대응사례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수입 대비 지급액이 불어나면 보험료가 인상되기 마련이다. 결국 그 부담은 전체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한방치료 1조원 육박…4년 만에 3배로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보험은 사고 건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손해율(91.4%)을 유지하고 있다. 손해율이 91.4%라는 것은 보험회사가 소비자에게 보험료 100만원을 걷었다면 이 중 91만40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사업비 등을 고려했을 때 손해율이 80%가 넘으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다. 일부 중소형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이미 100%를 넘었다.

특히 단순 타박상과 염좌 같은 경상 피해자에게 지급됐거나 곧 지급될 보험금이 2015년 1조7000억원에서 2019년 2조8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치료비가 비싼 한방병원에 교통사고 경상 피해자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보험개발원은 설명했다. 경상 피해자 1인당 평균 치료비는 양방 22만9000원, 한방 66만원으로 한방병원이 약 3배 더 비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9년 자동차보험통계에 따르면 한방진료비는 2015년 3576억원에서 지난해 9569억원으로 4년 만에 2.7배로 폭증했다.

박종훈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이에 “한방병원에 경상 환자가 많이 오는 이유는 중상환자에 비해 외과적 치료가 덜 필요하고 물리치료 위주인 정형외과보다 한의원에서 더 다양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는 구조상 경상 환자의 경우 양방보다 한방 진료비가 비쌀 수밖에 없고, 한방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늘어 진료비 규모도 커진 것인데 이를 과잉진료라고 싸잡아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자동차 사고로 한방병원을 찾는 경상 환자가 늘어 진료비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일부 의과에서 심사가 까다로운 자동차보험보다 실손보험 치료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어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한의과 의료기관을 선호하는 것”이라며 “한의과 비급여 진료항목에 대한 세부 수가 기준은 이미 심평원의 심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양·한방을 막론하고 허위로 입원하거나 과도하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건 엄연한 범죄다. 지난해 상반기 이런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4만3094명으로 2018년 상반기보다 11.4% 증가했다. 적발금액은 413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허위(과다) 입원·진단 및 사고내용 조작 등을 포함한 허위·과다사고 유형이 3130억원으로 전체의 75.7%를 차지했다.

獨보험사, 11㎞ 이하 사고 보험금 ‘NO’

일부의 도덕적 해이로 보험 가입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보험개발원은 경상 피해자들의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중이다. 보험개발원은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경미 상해 판단 기준을 만들고 주요국의 사례를 참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독일 알리안츠사는 시속 11㎞ 이하의 후미 추돌 사고에서는 경추 상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려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 국내 추돌사고 재현시험에서는 저속(시속 4~8㎞) 추돌 사고의 충격량이 놀이기구 탑승 등 일상생활에서 받는 충격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근육이나 인대가 경미하게 손상된 경우 지급 가능한 보험금 상한액을 만들었고 일부 증상에 대해서는 아예 정액 보상을 하기로 했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도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의과대학과 함께 자동차보험 경미 사고 부상자 표준치료 가이드를 개발 중이다. 더불어 ▲경상피해의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비급여 진료항목에 대한 세부 진료수가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증상별 투약·시술 횟수 기준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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